(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제가 결혼을 안 해봐서 전부 이해하지는 못해요. '부부가 키스도 합니까?' 이런 대사도 있는데요. 그런 얘기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하하. 많은 부분에서 공감은 못했지만 '아, 그렇구나' 했죠."
어른들의 불륜을 다룬 코미디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의 봉수(신하균 분)는 초짜 바람둥이다. 처음엔 상대가 작업을 걸어오는 줄도 모르는 순진한 남자였지만 제니(이엘)를 만난 뒤로 달라진다.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하균은 "안 가본 세상이라 잘 모른다.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봉수는 열정적으로 불륜에 빠져들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는 캐릭터다. 아내에게 무시당하고, 작은 일에도 잘 토라지며, 레고 조립이 취미인 철없는 면모 덕분이다. 영화에서 제니는 이렇게 말한다. "바보 같은 놈인데, 그게 또 귀엽네요."
올해로 마흔네 살인 신하균은 봉수가 자신과 조금은 닮았다고 했다. 실제로 신하균은 레고와 프라모델 조립을 즐기고,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산다.
"저에게도 그런 면이 있죠. 생각이나 모든 게 아직 제 나이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어릴 때 40대 중반이면 어른이라고 느껴졌는데, 지금 제가 그런 것 같지는 않네요."
'바람 바람 바람'은 탁구 치듯 주고받는 말들이 이끄는 영화다. 엉뚱하면서도 정교하게 짜여진 대사를 빠른 호흡으로 소화하는 배우들의 합이 관건이었다.
"뉘앙스를 살리려면 빠른 호흡으로 가야 하는 스타일의 영화여서 힘들었지만 재미도 있었죠. 첫날 촬영하면서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편집되는 장면들을 지켜보고 어떻게 해야 재밌을지 알게 됐죠."
지난해 개봉한 '7호실'에 이어 연달아 코미디에 나섰다. 기혼자의 불륜이라는 소재의 부담보다는 '스물'(2014)과 '긍정이 체질'(2016) 등 전작에서 보여준 이병헌 감독 특유의 스타일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신하균은 "소재에 대해서는 열어놓고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륜을 미화하거나 옹호하는 이야기도 아니다"라며 "이병헌 감독의 센스를 보고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병헌 감독은 생각보다 깐깐했다. 철저하게 계산된 대사들 사이에 애드리브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한번에 오케이는 잘 안하시죠. 현장에선 말이 없으신데 기술적인 부분에 디렉션을 잘 주시더라고요. 정확히 포인트를 잡아주기 때문에 오히려 더 쉬울 수도 있어요. 만화적 느낌의 표정을 요구하기도 했죠."
신하균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고 공감할 수 있는 층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며 "젊은 관객에게 타깃이 맞춰진 영화들 사이에서 나이 드신 분들이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영화"라고 말했다.
'기막힌 사내들'(1998)로 영화계에 입문한 신하균은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았지만, 특별히 의식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저보다 훨씬 오래 연기하신 분들이 많고 저도 앞으로 가야할 길과 시간이 많잖아요. 제가 원래 과거를 잘 생각하진 않아요. 닥친 일에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해요. 또 어떤 작품을, 어떤 사람을 만날지 몰라서 기대감을 갖고 살아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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