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 5월 10일까지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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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굽이굽이 흐르는 물이 잔을 날랐던 곳이라/ 맑은 개울, 돌에 부딪히며 흘러온다/ 천년 옛터가 여기에 있으니/ 좋은 시절 3월이 돌아왔네"
조선 중기 문신인 퇴우당(退憂堂) 김수흥(1626∼1690)은 '포석정회고'(鮑石亭懷古)라는 시에서 경주 포석정에서 느낀 감흥을 노래했다.
그는 "과객은 전성기를 생각하나 주민은 경애왕을 이야기하네"라며 "슬픈 마음에 오릉을 뒤로하니 허물어진 누대와 연못이구나"라고 읊었다.
경주 포석정은 남산 서쪽에 있는 신라시대 연회 장소다. 물 위에 술잔을 띄우고 시를 지으며 놀았다는 곳으로, 927년 경애왕이 연회를 벌이다 후백제군의 공격을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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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이 29일 개막한 특별전 '선비, 고도를 읊다 - 조선시대 한시로 본 경주'는 김수흥을 비롯해 조선시대 선비들이 경주를 주제로 쓴 시 40여 편과 여행기 7편으로 엮은 전시다.
보물로 지정된 서책인 '상설고문진보대전'과 '고금운회거요'를 비롯해 '매월당시집', '퇴우당집', '대동여지도', '해동남승도' 등 유물 70여 건이 나온다.
전시는 전통적으로 서사를 풀어나가는 방식인 기승전결로 구성됐다.
도입부인 기(起)에서는 '한시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시의 의미와 규칙을 설명한다. 승(承)의 주제는 '경주 오는 길'이다. 여행기와 사행록을 바탕으로 경주에 들른 관료나 사신이 잠시 머물렀던 객사를 소개한다.
이어 '전(轉) - 고적 순례'에서는 선비들이 불국사, 봉황대, 괘릉, 첨성대, 이견대 등 신라 유적과 옥산서원, 서악서원을 둘러보고 남긴 시를 조명한다. 결론인 '결(結) - 옛날을 돌아보다' 부분은 성덕대왕신종 등 신라의 옛 물건을 소재로 쓴 시와 여행기로 꾸몄다.
국립경주박물관 관계자는 "조선시대 시는 신라 문화유산이 오늘에 이어지기까지의 궤적을 보여준다"며 "봄날에 경주를 찾은 사람이 선비들의 시를 읽고 경주 곳곳을 탐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 기간에 큐레이터가 하는 해설은 목요일 오후 3시에 진행된다. 전시는 5월 10일까지.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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