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학교 지하·야간도로 주차장 추진…난관 부딪혀 좌초 위기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인천지역의 고질적인 주차난 해결을 위해 마련된 아이디어들이 각종 난관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30일 인천시에 따르면 남동국가산업단지 내 주차난 해결을 위해 올해부터 '중소기업 주차장 설치 육성자금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극심한 주차난을 겪는 남동·주안·부평산업단지 내 기업들을 상대로 주차장 마련 비용을 대출해주는 내용이다. 최대 5억원까지 대출 가능하며, 금리 2.8%로 기업대출 은행금리(4%)보다 저렴하다.
애초 이 사업은 산업단지 지역에 공영주차장 설치 용지가 부족해 주차난 해소가 어려운 점을 들어 각 기업 내부에 주차장을 마련하도록 지원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착안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인천지역본부는 '건물 옥상이나 유휴지에 수직형 주차장을 설치하면 공간도 줄이고 주차난도 해결할 수 있다'며 아이디어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대출 신청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대부분 기업 건물들이 노후해 옥상공간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불거질 우려가 있는 데다 유휴공간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옥상에 주차장을 마련할 경우, 차량을 어떻게 올릴 것인지 또 건물안전에 이상이 없는지 등의 문제를 고민하는 기업이 많다"며 "우선 건물을 신축하거나 재단장하는 기업들을 상대로 설계단계부터 주차장 설치를 반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주차난에 골머리를 앓는 인천시 부평구도 학교 지하에 공영주차장을 마련하는 아이디어를 내놨지만, 논의부터 막힌 상황이다.
부평구는 국·시비 등 636억 원을 들여 부평1동 주민센터∼부평구청까지의 굴포천 상류 복개구간(1.3㎞)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하수관을 정비하는 '굴포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 사업이 시행되면 굴포천 복개구간에 운영 중인 공영주차장(770면)을 철거해야 하는 점이다.
이에 따라 부평구는 사업구간 인근 학교인 부원초교·부평여고·부평동초교·부평서초교 등 4곳의 지하에 공영주차장을 마련하는 계획을 해결방안으로 논의하고 있다.
주민들은 참신하고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사업에 찬성하고 있지만, 해당 학교 학부모들은 학업 차질 등의 이유로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부평구 관계자는 "지난해 십정동 지역 주차난을 해결하고자 동암중학교 부지 지하에 공영주차장을 마련하는 안을 추진했지만, 학부모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며 "인천시가 해당 학교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혜택을 부여해 주차장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남구는 도로를 야간주차장으로 활용하는 '고스트(Ghost·유령) 주차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영주차장 건설 용지가 부족한 만큼 차량 통행이 뜸해지는 야간시간대(오후 9시∼다음날 오전 7시)에 도로를 주차장으로 이용하자는 아이디어다.
주차구획은 야간시간대 차량 전조등과 가로등 불빛을 반사하는 '특수페인트'로 표시된다. 남구는 2016년 이 특수페인트를 개발해 특허 출원까지 마쳤다.
구는 올해 1∼2월 숭의동 독배로 등 도로 8곳에 고스트 주차장을 시범 운영한 결과를 토대로 주민 만족도를 조사해 정식 도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인천지방경찰청은 교통사고 우려를 지적한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시야가 좁아지는 야간시간대에 도로에 주차된 차량은 자칫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며 "해당 도로에 대한 안전성이 얼마나 될지 세밀하게 확인한 뒤 사업을 시행해야 역효과가 없을 것이다. 주차난보다는 주민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난색을 표명했다.
tomato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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