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하게 도축·생산된 육류 규제에 반유대주의·반이슬람 불똥 우려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가축 도축 방식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스위스에서 육류 수입규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29일(현지시간) 공영 스위스인포에 따르면 동물복지단체들은 잔인한 방식으로 도축·생산된 육류와 부산물의 수입을 규제하는 법안의 국민투표 청원을 준비하고 있다.
스위스 동물복지법은 푸아그라, 개구리 뒷다리. 메추리알 등의 국내 생산을 금지하고 있다. 공장식 양계장도 불법이다.
의식이 있는 동물을 도축하는 것도 불법이어서 반드시 마취, 전기 충격 등으로 기절시킨 뒤 도축해야 한다. 특히 도축에 관한 규정은 이미 100년도 전인 1893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생산은 금지하면서 수입은 허용하고 있어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복지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의회에서 동물복지법에 어긋나는 육류의 수입도 금지하는 법안이 논의됐지만 부결되자 단체들은 국민투표로 방향을 틀었다. 유권자 10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으면 정부는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
이 법안을 추진하면서 유대교, 이슬람교에서 규정하는 가축 도축 방식으로 생산된 육류의 수입 문제가 논란이 됐다.
유대교에서 음식에 관한 율법인 '코셔'(Kosher)'는 상처 있는 가축의 고기는 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도축 때 전기봉으로 가축을 기절시키는 방식은 거의 쓰지 않는다.
이슬람교의 할랄(Halal)식 도축도 동물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목을 자르도록 정하고 있다.
스위스는 19세기 반유대주의 분위기 속에 국민투표로 코셔 도축을 금지한 전례가 있는데, 수입 제한까지 이어지면 다시 반유대주의나 반이슬람주의로 논란이 불거질까 봐 동물복지단체들도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스위스동물연맹의 미카엘 게르켄은 "원칙적으로 왜 종교가 이 법과 관련이 있어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종교의 자유는 기본권으로 보장돼야 한다"며 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스위스인포는 단체들이 종교적 논란을 피하려고 의회가 헌법 조항에 일반적인 원칙을 넣고 구체적인 수입 금지 품목을 정하도록 하는 식으로 입법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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