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외교관 60명 추방에 똑같이 맞불…백악관 "미러 관계 악화 전조"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권혜진 기자 =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스파이 독살시도 사건을 놓고 러시아와 미국이 서로 자국 주재 외교관을 추방하기로 하는 등 갈등이 커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AP·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자국 내 미국 외교관 60명을 추방하겠다고 밝히고 "이번 조치는 상호주의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한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동일한 수만큼 맞추방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영국에서 일어난 러시아 출신 이중 스파이 부녀 독살 시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미국이 자국 및 유엔에 주재하는 러시아 외교관 60명을 추방하자 러시아가 맞불 전략을 구사하고 나선 것이다.
이렇게 많은 수가 추방된 것은 냉전 시대 이후 처음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 외교관들은 다음 달 5일까지 러시아를 떠나야 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재 미국 영사관은 2일 이내 업무를 중단해야 한다고 러시아 현지 통신들은 덧붙였다.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과 영국의 '잔혹한 압박'으로 이들의 동맹국들이 "반러시아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미 정부에 러시아에 대한 중상모략과 양국 관계를 해칠 수 있는 몰지각한 행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또 미국이 러시아에 대해 '적대적인 행위'를 계속한다면 러시아도 똑같이 맞받아쳐 주겠다고 엄포를 놨다.
미 정부는 러시아의 이같은 방침을 미러 관계 악화의 전조로 해석하고, 추가 보복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백악관의 세라 샌더스 대변인은 "미국 외교관을 추방하겠다는 러시아의 오늘 결정은 미러 관계가 더 악화될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러시아의 반응은 예상치 못한 것이 아니며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자국 내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키로 한 결정은 정당했다고 강조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번주 초 유엔의 미신고 러시아 정보요원 추방 결정을 포함, 20여개 EU 회원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이 (러시아 외교관) 추방 결정을 내린 것은 영국땅에서 일어난 러시아인 공격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러시아 정부가 외교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규탄하고, 미국의 추가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무부 헤더 나워트 대변인은 "우리에게 준 (추방자) 명단을 보건대 러시아가 양국의 중요한 이슈에 대해 대화할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며 "러시아는 피해자처럼 행동하지 마라. 우리도 대응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미국과 러시아가 상대국 외교관을 번갈아 추방하며 '신냉전' 기류가 고조되는 가운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양국 간 대화를 이어줄 기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냉전 시대에는 상황이 고조돼 긴장 수위가 높아지면서 상황이 손쓸 수 없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한 통제와 소통 기제가 있었으나 이제는 모두 해체됐다"며 "효과적인 소통과 상황 고조 차단을 막는 예방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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