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미국, 외교관 추방 맞불…'신냉전' 열리나

입력 2018-03-30 10:30   수정 2018-03-30 11:44

러시아·미국, 외교관 추방 맞불…'신냉전' 열리나

러시아, 과거 소비에트와 달라 '글쎄' 의견도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영국에서 일어난 러시아 출신 이중 스파이 부녀 독살 시도와 관련, 미국이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한 데 맞서 러시아도 미국 외교관을 추방하기로 하면서 양국 간 새로운 냉전 시대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러시아와 미국의 상대국 외교관 맞추방은 냉전이 최고조에 달한 이후 최대 규모라고 영국 BBC방송이 29일(현지시간) 전했다.
냉전은 미국과 소비에트 양측이 1945년부터 1989년까지 긴장 관계를 유지한 것을 일컫는다.
양측은 핵전쟁 발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서로를 직접 공격하지는 않았다.
대신 미국과 서방은 자본주의를, 소비에트는 공산주의를 각각 내세우면서 긴장도를 높여갔다.
국가를 통치하는 데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었고 각자 자신의 국가 시스템이 우월하다고 믿었다.
그러면서 각자의 국가 시스템을 전 세계에 전파하려고 애썼으며 이게 긴장의 주요인이 됐다고 이 방송은 분석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한때 동맹 관계에 있었던 미국과 소비에트는 갈라섰고 양측은 새로운 동맹체를 만들고 맞섰다.
미국과 서방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소비에트는 폴란드·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와 바르샤바조약을 각각 체결했다.
양측은 서로에 대한 두려움 탓에 군비 확장에 매달렸다.
미국과 소비에트는 1960년대 대륙을 날아가는 핵미사일을 개발했다.
스스로 보호하려고 탄도요격미사일도 선보였다.
1962년 발생한 쿠바 미사일 위기 사태로 양측은 핵전쟁을 피할 수 있었다.
각자가 직접 참전하지 않는 양측의 대리전은 일상화됐다.
미국 역사 전공 맬콤 크레이그 영국 리버풀 존 무어 대학교 교수는 "대리전에서 수백만명이 숨졌다"면서 "캄보디아인을 비롯해 콩고인, 한국인, 에티오피아인, 소말리아인 등 수많은 나라 국민에게 냉전은 매우 뜨거운 전쟁이었다"고 말했다.
이번과 같은 미국과 러시아의 외교관 맞추방 사례는 더 있다.
1986년 미국과 소비에트는 몇주간 서로 티격태격했다.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은 5명의 러시아 외교관이 스파이 행위를 했다며 이들을 포함, 모두 80명의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했다.
하지만 과거 냉전 시대가 오늘날 재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금의 러시아와 과거 소비에트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콕스 런던정경대 국제관계학 명예교수는 "여전히 핵무기가 존재하고 있고 이게 전쟁 억지력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러시아와 유럽연합(EU)의 경제적 관계는 결코 무시할 수 없으며 서방에 사는 러시아인들이 무척 많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소비에트가 아니다"면서 "국제문제에 대한 입장도 매우 다르다"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랜 기간 미국과 냉랭한 관계를 유지하거나 더 많은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냉각은 예기치 못했던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kyun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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