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디지털 미디어업계에 '노동조합 설립'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시사 풍자 매체 '디 어니언'(The Onion)이 굵직한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과 의회전문지 '더 힐', 경제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시카고에 본사를 둔 '어니언'은 "창의적인 직원들이 회사의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편집국 독립성을 유지하며, 공정한 임금과 고용 관행을 보장받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전미 작가노조(Writers Guild of America) 가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편집국과 영상제작팀, 자매 사이트인 엔터테인먼트 전문 'A.V.클럽'(A.V.Club), 광고·마케팅 전문 '어니언 랩스'(Onion Labs), 패로디 전문 '클릭 홀'(ClickHole) 소속 직원 100여 명 가운데 절대 다수가 전미 작가노조 동부지부(WGAE) 가입에 동의했다며 "가입이 최종 승인되면 WGAE가 사측과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을 대리하게 된다고 전했다.
WSJ은 "노사문제는 어니언 사람들에게도 웃어넘길 만한 일이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고, 뉴욕 포스트는 "농담 아니다"라고 익살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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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클럽 편집부국장 케이틀린 펜지무그는 "디지털 미디어는 불안정한 산업이다. 우리는 타사 동료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도 보았고 동시에 노조의 보호 속에 발전하는 모습도 확인했다"면서 최근 유명 코미디 웹사이트 '퍼니 오어 다이'(Funny Or Die)의 대량 해고 사태가 노조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니언 측이 6개월 전부터 WGAE 가입을 추진했고 지난주 실시된 조합원 투표에서 90%가 찬성표를 던졌다고 부연했다.
사측은 성명을 통해 "모든 직원이 함께 성장하는 기업 환경을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면서 "노조 설립 권리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는 "WGAE 측과 앞으로 나갈 방향에 대한 논의를 이미 시작했으며, 곧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기 기대한다"고 말했다.
1988년 위스콘신대학생 2명에 의해 설립된 어니언은 한때 미국 내 17개 도시에서 타블로이드판 무가 주간지로 배포됐다. 1996년 온라인 서비스를 병행하기 시작, 2013년 종이신문 발행을 모두 중단하고 디지털 미디어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미국 최대 스페인어 지상파 TV 방송사인 '유니비전'(Univision)이 최대 지분을 갖고 있다.
전미 작가노조에는 어니언에 앞서 '복스미디어'(Vox Media), '허핑턴포스트'(HuffPost), '바이스'(Vice), '인터셉트'(The Intercept), '스릴리스트'(Thrillist), '살롱'(Salon) 등 유명 온라인 매체들이 가입해있다.
하지만 이같은 행보가 쉬운 일만은 아니다.
작년 11월 지역뉴스 공급업체 'DNA인포'(DNAinfo) 뉴욕 편집국 기자들과 블로그형 매체 '고다미스트'(Gothamist) 직원들이 노조 결성에 합의하고 WGAE 가입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키자 소유주 조 리케츠(76)는 뉴욕·시카고·로스앤젤레스 등을 기반으로 운영해온 인터넷 뉴스 사이트들을 일주일 만에 전격 폐쇄했다. 이로 인해 116명이 느닷없이 직업을 잃었다. 당시 DNA인포 대변인은 "뉴욕 편집국 직원들의 노조 결성 결정은 회사가 재정적인 성공을 거두기 어렵게 하는 또 하나의 주요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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