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경쟁 그만"…지상파드라마 방송시간 추가 단축 추진

입력 2018-04-01 08:00   수정 2018-04-01 10:15

"출혈경쟁 그만"…지상파드라마 방송시간 추가 단축 추진
이르면 5월부터 회당 60분 룰 적용…"점진적으로 더 줄여야"
MBC·SBS "평일·주말 동시에"…KBS "주말은 빼자"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지상파 3사가 회당 드라마 시간 단축을 위해 다시 머리를 맞댔다.
KBS, MBC, SBS 드라마 책임자들은 지난달 회동에서 드라마의 회당 방송시간을 60분에 맞추고 이르면 5월부터 실시하는 것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추진 중이다.
지상파 광고 위축에 따른 경영 악화, 내년 7월부터 방송현장에도 적용되는 '주당 근로시간 52시간' 근로기준법 등을 고려한 자구책이다.


◇ 광고제외 방송시간 60분에 맞추자…이후 55분으로
아침극과 일일극을 제외하고 방송 3사 드라마가 격돌하는 시간은 평일 밤 10시 드라마와 주말극이다. 3사는 현재 광고 포함 67분씩 방송되고 있는 이들 드라마의 회당 방송시간을 광고를 제외하고 60분에 맞춰야 한다는 데 큰 틀에서 공감대를 이뤘다.
과거 광고가 호황일 때는 드라마가 광고 포함 72분씩 방송되던 때도 있었지만 매체와 플랫폼 다변화 속 지상파 광고 시장이 위축되면서 3사는 2013년 평일 밤 10시 드라마의 회당 방송시간을 광고 포함 67분으로 줄이는 데 합의했다.
여기서 더 나가 이번에는 광고를 제외하고 드라마 방송시간만 60분으로 맞추자는 것이다. 현재 67분 편성임에도 광고가 붙지 않으면서 67분을 메우기 위해 드라마별 방송시간이 60~63분으로 들쑥날쑥한데, 이것을 광고 유무와 상관없이 60분으로 통일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여기서 5분을 더 단축해 55분으로 맞추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실제로 지난 29일 KBS 2TV '추리의 여왕2'와 MBC TV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는 62분, SBS TV '스위치'는 60분간 방송됐다.
김영섭 SBS드라마본부장은 1일 "외국은 드라마의 회당 방송시간이 40~50분인데 한국만 유독 길다"면서 "갑자기 다른 나라처럼 방송시간을 줄이는 데는 무리가 있으니 일단 60분으로 맞추고 점진적으로 더 줄여나가자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다만 몇분을 줄여도 제작비를 그만큼 아낄 수 있다"면서 "제작비 절감을 위한 다양한 방법 모색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주당 근로시간 52시간' 법이 촬영현장에서 적용되면 지금처럼 회당 60분짜리 드라마를 주 2회씩 방송하기 위해서는 제작 인력이 1.5~2배 더 투입돼야 한다.
김 본부장은 "내년부터 주당 근로시간 52시간을 지키려면 드라마 방송시간을 더 단축하거나 아예 주 1회씩만 방송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 MBC·SBS "5월부터 하자"…KBS "주말극은 제외하자"
MBC와 SBS는 방송시간 60분 룰을 5월부터 평일 밤 10시 드라마와 주말극까지 모두 적용하자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KBS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KBS는 주말극은 제외하고, 가을께부터 적용하자는 입장이다.
최근 끝난 '황금빛 내 인생'이 45%를 넘기는 등 웬만해서는 시청률 30% 이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KBS 2TV 주말극은 광고가 특판 되는 프라임존이다. KBS의 주요 수입원인 것. 이로 인해 방송시간도 대개 70분 이상이다.
원칙적으로 방송 광고는 프로그램 방송시간의 10분 1시간만큼 붙일 수가 있어 프로그램 방송시간이 길수록 광고를 붙일 수 있는 시간도 길어진다. 현재는 광고총량제가 적용되고 있어 이같은 원칙이 엄격히 적용되고 있진 않지만, 인기 드라마의 경우 방송시간을 길게 하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자리한다.
이에 KBS는 방송시간 60분 룰에서 주말극은 제외해야 하며, 사전제작한 드라마들이 있어 5월부터 시행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당장 6월 시작하는 '너도 인간이니?'가 기존 67분 룰에 맞춰 제작이 완성된 탓에 회당 방송시간이 60분 이상이라는 설명이다.
KBS는 또한 MBC와 SBS가 사실상 중간광고인 프리미엄CM(PCM)을 도입해 기존 한 회짜리 드라마를 두개로 쪼개 방송하는 편성도 3사가 일괄적으로 회당 60분 룰을 적용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한다.
정성효 KBS드라마센터장은 "미니시리즈 드라마가 80편 이상씩 만들어지는 과당경쟁 속 출혈을 막으려면 더 큰 논의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아예 3사가 드라마 편성 시간을 겹치지 않게 다 달리 한다든가, 주당 편성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등의 논의를 해야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짚었다.
정 센터장 역시 "주당 52시간 근로시간 법이 적용되면 드라마를 지금처럼 만들어낼 수가 없다"며 "더 획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MBC와 SBS는 KBS가 합의가 안될 경우 MBC와 SBS만이라도 먼저 60분 룰을 적용할 뜻을 비치며 적극적으로 합의를 끌어내려고 한다.



◇ 케이블 홀로 80분~100분 편성시 지상파 피해 커질 수도
문제는 지상파 3사가 드라마 방송시간을 축소한다 해도 과열된 드라마 시장이 진정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지상파 부럽지 않은 위상을 자랑하는 tvN이 CJ E&M의 막강 자금력을 바탕으로 드라마를 수시로 고무줄 편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부상하고 있는 JTBC도 위협 대상이다.
tvN은 지난 1월 끝난 '슬기로운 감빵 생활'을 회당 90~100분씩 편성했고, 현재 방송 중인 '나의 아저씨'도 첫회에서 90분 편성을 하는 등 60분을 훌쩍 넘어서는 편성을 종종 적용한다. 이렇게 방송시간이 길어지면 전체 광고시간도 늘어나고 무엇보다 단가가 높은 중간광고 횟수도 늘어난다.
한 방송 관계자는 "지상파가 60분 합의를 해도 tvN에서 툭하면 80분 이상씩 편성하면 광고가 그쪽으로 몰릴 수가 있다"며 "그 지점도 지상파에는 고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상파는 돈이 없어서 방송시간을 줄여야 하는데 CJ E&M은 막강 자금력으로 긴 드라마를 많이 만들어내면 지상파의 위상은 더 작아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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