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포획 출동 거부안 시행됐더라도 출동했을 겁니다"

"개 포획 출동 거부안 시행됐더라도 출동했을 겁니다"
"과속 잦은 자동차 전용도로에 개 출몰하면 대형사고 우려"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동물 포획 신고가 들어올 경우 출동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오늘 같은 경우에는 아마 출동했을 겁니다."

30일 충남 아산시 둔포면 인근 43번 국도에서 발생한 사고로 소방관과 교육생 등 3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은 것과 관련해 동료 소방관들은 "과속이 잦은 자동차 전용도로에 개가 출몰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소방청이 지난 28일 유기견 포획 작업을 위해 119에 신고해도 소방관들이 출동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생활안전 출동 거절기준'을 마련했음에도 이번 경우에는 출동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날 오전 9시 27분 아산소방서에 "개가 줄에 묶여 도로 위에 있다. 조금씩 움직이기는 한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2016년 11월 개통한 국도 43호선 세종∼평택구간은 최고 속도로 90㎞를 낼 수 있는 자동차 전용도로다.
공장지대인 아산과 평택구간을 지나다 보니 이번에 사고를 낸 25t 트럭을 비롯한 대형 화물차들이 평소 많이 이용하고 있다.
과속이 잦은 이 도로 위를 개를 비롯한 동물이 돌아다니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소방관은 "자동차 전용도로는 고속도로와 다름없어 운전자가 개를 충격하거나 개를 피하려고 급하게 운전대를 돌리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줄에 묶인 개를 잠재적 위험 요소로 보고 출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방청이 마련한 기준안에는 유기견 여러 마리가 몰려다니며 사람을 위협하면 소방관이 현장에 출동하지만, 작은 애완견이 집을 잃고서 돌아다니는 경우에는 119에 신고를 해도 소방관이 현장에 나가지는 않는 것으로 돼 있다.

소방관계자는 "여론 수렴 후 오는 4월께부터 출동 거절 기준안이 시행됐더라도 이번 같은 경우 사람에게 위협이 될 만한 요소가 있다"며 "동물 구조 관련 신고가 들어오면 우선 출동해 보고 현장에서 판단해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46분께 충남 아산시 둔포면 신남리 43번 국도에서 허모(62)씨가 운전하는 25t 트럭이 개를 포획하려고 도롯가에 주차한 소방펌프 차량을 추돌했다.
이 사고로 도롯가 가드레일 인근에서 뛰어다니던 개를 포획중이던 소방관 김모(29·여)씨와 소방관 임용 예정 교육생 문모(23·여), 김모(30·여)씨 등 3명이 추돌 충격으로 밀린 소방펌프 차량에 치여 숨졌다.
kjun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