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처음 해보지만, 운동한 남자 자존심으로 마운드 위에서"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스켈레톤 황제' 윤성빈(24·강원도청)은 마운드 위에서도 '운동하는 남자'의 자존심을 생각했다.
LG 트윈스는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홈 개막전 시구자로 윤성빈을 초청했다.
썰매 모양을 한 모터사이클 옆좌석에 타고 그라운드에 들어선 윤성빈은 마운드로 걸어가 투구판 뒤에 자리했다. 그리고 강한 몸쪽 공을 던졌다.
잠실구장을 메운 팬들은 "윤성빈"을 외치며 박수를 보냈다.
일반적으로 시구자들은 마운드에서 몇 걸음 내려와 공을 던진다. 하지만 윤성빈은 달랐다.
윤성빈은 "야구를 하는 건 처음이지만, 내가 운동하는 남자인데 마운드 앞에서 던질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시구를 한 평창올림픽 스타 중 누가 가장 시구를 잘한 것 같나"라는 질문에 특유의 미소를 보이며 "제가 가장 잘하지 않았나요"라고 웃기도 했다.
윤성빈은 평창동계올림픽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로 썰매 종목 아시아 최초의 동계올림픽 우승자다. 금메달의 여운을 잠실구장으로 몰고 왔다.
윤성빈은 "시구 기회를 얻어 LG 구단 관계자께 정말 감사하다. 실내에서 시구 연습을 할 때는 몰랐는데 확 트인 야구장에서 공을 던지기 기분이 다르더라.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하는 야구 선수들이 압박감 같은 것도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야구 선수 중에도 윤성빈(롯데 자이언츠)이 있다. '야구 선수' 윤성빈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스켈레톤 황제' 윤성빈에게 응원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윤성빈은 "아직 야구 선수 윤성빈을 뵌 적이 없지만, 마음속으로 응원하겠다"고 웃었다.
짧은 외출을 마친 윤성빈은 다시 썰매에 오른다.
윤성빈은 "오늘도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다 서울로 올라왔다. 경기를 보다 다시 진천으로 내려가 훈련한다"며 "10월에 시작하는 스켈레톤 시즌을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날 LG는 시구에 앞서 의미 있는 홈 개막전 행사도 열었다.
업무협약을 맺은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의 제프 배니스터 감독, 추신수, 1990년 LG의 첫 우승을 일군 백인천 감독,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이광환 전 감독이 전광판 영상을 통해 LG 선수단의 선전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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