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석에서는 3타수 무안타로 침묵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정성훈(38·KIA 타이거즈)이 타석에 들어서자 잠실구장 3루 원정 응원단은 물론 1루 홈 팬들까지 "정성훈"을 외쳤다.
정성훈은 1루 쪽 LG 트윈스 팬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전 소속팀 팬을 향한 예의였다.
정성훈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LG와 방문경기에 7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정성훈이 3루수로 선발 출전한 건, LG 소속이던 2015년 4월 24일 이후 무려 1천71일 만이었다.
공교롭게도 이적 후 처음 잠실구장을 찾은 날, 3루수 복귀전까지 치렀다.
송정동초교-무등중-광주제일고를 졸업한 정성훈은 1999년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해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현대 유니콘스와 LG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간 정성훈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LG에서 방출됐다. 은퇴 갈림길에 섰던 그에게 KIA가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정성훈은 9년간의 LG 생활을 정리하고, KIA로 돌아갔다.
정성훈에게 LG는 특별한 팀이었다. 팬들에게도 꼭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정성훈은 2회 2사 후 첫 타석에 들어서며 LG 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LG 팬들도 함성과 박수로 정성훈을 반겼다.
그러나 이날 정성훈은 타석에서 잠잠했다.
2회 첫 타석에서 1루 땅볼로 물러나더니, 4회와 6회에는 삼진을 당했다.
타격 결과가 나올 때 KIA 팬들은 아쉬움 섞인 탄성을, LG 팬들은 정성훈을 잘 막은 타일러 윌슨을 응원하는 목소리를 냈다.
정성훈은 6회 말 수비 때 황윤호로 교체됐다.
출발은 떠들썩했지만, 조용히 경기를 마쳤다.
경기 뒤 정성훈은 후련함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꼈다.
그는 "LG 팬들께 인사할 기회가 없었는데 다행히 오늘 그 기회가 왔다. 기회를 주신 팀과 응원해주신 LG 팬들께 감사하다"고 숙제를 마친 듯한 후련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안타를 치지 못한 건 아쉽다. 정성훈은 "잘하려고 하다 보니 힘이 들어갔다. 과욕이었다"고 곱씹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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