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프랑스 등 해당국 대사 초치…전날 미 외교관 60명 추방 발표 이어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자국 외교관들을 집단 추방한 서방 국가들을 상대로 보복 조치 이행에 착수했다.
먼저 전날 미국 외교관 60명 추방 결정을 밝힌 러시아는 30일(현지시간)에는 영국과 다른 관련 유럽 국가 대사들을 모스크바 시내 외무부로 초치해 보복 조치를 전달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언론 보도문을 통해 "로리 브리스토우 영국 대사를 외무부로 초치해 여러 국가의 근거 없는 러시아 외교관 추방을 초래한 영국 측의 도발적이고 근거 없는 행동에 대해 단호한 항의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브리스토우 대사에게 한 달 내에 러시아의 영국 대사관과 총영사관 등에서 근무하는 외교관 수를 영국 내 러시아 외교관 수와 동일하게 축소할 것을 요구했다"고 소개했다.
외무부는 영국이 줄여야 하는 정확한 외교관 수는 언급하지 않았다.
영국은 앞서 러시아 이중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 암살 시도 사건 개입을 이유로 23명의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했고, 이에 러시아는 개입 사실을 부인하며 영국 외교관 23명을 맞추방한 바 있다.
이날 러시아의 요구는 영국이 추가로 러시아 내 외교관 수를 줄이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외무부는 이에 앞서 또 다른 보도문에서 "소위 스크리팔 사건과 관련 영국에 연대를 표시하는 차원에서 러시아에 비우호적 행동을 취한 여러 나라 외교공관 대표들을 외무부로 초치했다"면서 "대사들에게 항의 문서를 전달하고 러시아 측의 대응 조치를 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독일, 프랑스, 폴란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라트비아, 호주, 덴마크 등의 대사들이 이날 러시아 외무부에 왔다고 타스 통신이 전했다.
폴란드 외무부는 이후 러시아가 4명의 자국 외교관을 기피인물로 지정해 다음 달 7일까지 떠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외무부도 러시아가 2명의 자국 외교관을 추방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덴마크(2명), 스웨덴(1명), 핀란드(1명), 리투아니아(3명), 라트비아(1명), 에스토니아(1명) 등도 외교관 철수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영국 외무부는 이날 러시아 측의 맞제재 조치에 대해 "유감스럽지만 예상했던 반응"이라고 밝혔다.
외무부 대변인은 그러면서 "러시아가 비난받아야 한다는 것 외에 다른 결론은 있을 수 없다"면서 "러시아는 국제법과 화학무기 협정을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행동은 국제적 우려의 깊이를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전날 모스크바 주재 존 헌츠먼 미국 대사를 외무부로 초치해 58명의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과 2명의 예카테린부르크 총영사관 직원 등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한다고 밝히고 이들에게 다음 달 5일까지 러시아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러시아는 또 제2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미국 총영사관 운영 승인도 철회한다면서 오는 31일까지 공관을 비우라고 통보했다.
앞서 영국에서 일어난 러시아 이중 스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 율리야 독살 시도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미국이 자국 및 유엔 주재 러시아 외교관 60명을 추방하고 시애틀의 러시아 총영사관을 폐쇄한 데 대한 맞제재였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자국 내 미국 외교관 추방 결정을 발표하면서 "이번 조치는 상호주의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한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동일한 수만큼 맞추방하겠다고 밝혔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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