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 논란대에 선 '하르츠 개혁'…"기본소득이 대안" 주장도

입력 2018-04-01 08:20   수정 2018-04-01 10:23

폐기 논란대에 선 '하르츠 개혁'…"기본소득이 대안" 주장도
독일 정치권서 '폐지 vs 유지' 갑론을박…사민당에서 제기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 정치권에서 기초생활보장 개념의 장기실업급여 체계인 '하르츠 IV'를 폐지해야 목소리가 커지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하르츠 Ⅳ가 독일을 유럽의 최대 경제대국으로 이끈 주요 원동력으로 평가받는 반면,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삶의 질을 떨어뜨린 원흉이라는 인식도 커진 탓이다.
하르츠 IV는 독일이 동서독 통일 후 실업률과 낮은 생산성으로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2000년대 초반 당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사회당 내각이 추진한 노동개혁법이다.
실업급여 지급기간이 32개월에서 12개월로 줄어들고, 비정규직 개념인 미니잡(minijob)이 만들어졌다.
하르츠 IV는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와 복지 축소, 세율 인하, 관료주의적 규제 철폐 등을 골자로 슈뢰더 내각이 추진한 개혁안 '아젠다 2010'의 일환이었다.
하르츠 IV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애초 이를 도입한 사민당에서 나왔다.
사민당 소속인 미카엘 뮐러 베를린 시장이 지난달 중순께 실업자들에게 월 1천500 유로(약 196만 원)의 기본소득을 주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하르츠 Ⅳ의 폐지 논란이 촉발했다.
뮐러 시장이 제안한 기본소득 제도는 자발적인 참여에 기반한다. 기본소득을 거부하는 실업자는 기존 하르츠 Ⅳ에 의해 제공되는 월 416 유로(약 54만 원)를 받도록 설계했다.
뮐러 시장은 자신의 제안에 '연대에 기반한 기본소득'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이에 같은 당 소속인 후베르투스 하일 노동사회부 장관은 "논의가 필요한 제안"이라며 호응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일간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의 현실에 맞는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해법을 찾을 것"이라며 하르츠 IV 폐지 문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민당의 랄프 슈테이그너 부대표도 하르츠 IV를 폐지하고 대체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 측은 하르츠 Ⅳ를 손질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기민당의 헤르만 그뢰에 원내 부대표는 지난달 29일 일간 벨트와의 인터뷰에서 "의미 없는 거짓된 논의"라면서 대연정의 한 축인 사민당이 야당의 역할도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기민당 소속인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도 "독일에선 아무도 굶주릴 정도로 가난하지 않기 때문에 하르츠 Ⅳ는 가난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현 시스템을 옹호했다.
기민·기사 연합과 사회민주당 간의 대연정 내각이 지난달 14일 출범한 지 2주 만에 양측 간의 최대 간극 중 하나인 노동시장 문제를 놓고 충돌이 벌어지는 셈이다.
사민당 내부에서도 하르츠 Ⅳ의 폐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민당의 차기 총리 유력주자 중 한 명인 올라프 숄츠 재무부 장관은 현재 상황에서 하르츠 Ⅳ를 손대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사민당 내에서 하르츠 Ⅳ의 폐지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는 사민당의 퇴조가 하르츠 개혁 이후 진행됐다는 인식이 뿌리깊은 탓이 크다.
사민당의 최대 지지기반인 노동자 계급이 등을 돌리기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9월 총선에서 사민당이 역대 최악의 성적표인 20.5%의 득표율에 그친 점도 좌파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데 일조하고 있다.
더구나 실제 노동시장에서 고용의 질이 악화되면서 빈부격차가 커지는 점도 하르츠 Ⅳ의 폐지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2016년 사회보험 보장의무가 있는 새로운 고용인구의 45%가 기간제 계약직으로, 전년 41%보다 4% 포인트나 증가하는 등 하르츠 개혁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가처분 소득이 중위값의 60% 이하인 근로빈곤층의 비중은 하르츠 Ⅳ 시행 첫해인 2005년 4.8%에서 2015년에는 9.6%로 두배로 증가했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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