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서 세계 첫 '커피와인' 특허…제주 커피농장 가다

입력 2018-04-01 11:00  

불모지서 세계 첫 '커피와인' 특허…제주 커피농장 가다
제주커피수목원 김영한 대표…제주산 생두부터 커피와인·코냑 개발
대기업 임원→교수→작가→커피농부 이력도 '눈길'

(서귀포=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오로지 '제주형 커피'를 만들겠다는 생각 하나로 '맨땅에 헤딩'한 거죠.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인 제주도까지 외국 커피 브랜드들이 점령해서야 되겠습니까."
제주도에서 커피 농사를 한 지 5년 차에 접어든 김영한(71) 제주커피수목원 대표는 국내에서는 드문 '커피 농사'에 도전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제주커피수목원은 커피 재배부터 로스팅 과정은 물론 '커피와인' 등 응용제품 생산까지 체험할 수 있는 2천446㎡ 규모의 이색 복합 공간이다.
지난달 28일 커피수목원 내에 있는 비닐하우스 3개동 규모의 커피 농장에 들어서자 겨울을 지나며 이파리가 모두 떨어진 커피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농장 한쪽에는 증류 기계와 대형 커피 와인 발효 통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방문객들이 직접 커피와인을 제조해볼 수 있는 체험 공간과 함께 야외 공간에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밭담을 활용한 노천카페도 조성돼 있다.
1차 산업인 농수산업(커피열매 생산)과 2차 산업인 제조업(커피 로스팅), 3차 산업인 서비스업(커피체험·카페)이 복합된 산업을 의미하는 대표적인 6차 산업 인증 시설이다.

김 대표는 커피수목원 자체보다 파란만장한 경력으로 이름이 더 많이 알려졌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김씨는 1976년 삼성전자 컴퓨터 사업부에 입사해 이사직까지 올랐던 '삼성맨' 출신이다.
삼성 퇴사 후 마케팅 전문 컨설팅 회사를 차렸다가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자 우연히 알게 된 '총각네 야채가게' 성공 노하우를 책으로 펴내며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그런 그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제주도로 옮겨 인생 3모작을 시작한 건 지난 2011년부터다.
"처음엔 제주에 내려와 웨딩 사진관 사업을 했지만 그야말로 '쫄딱' 망했습니다. 그래서 카페를 차렸는데, 좀 더 사업을 확장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커피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커피는 국내 시장 규모만 10조 원에 달할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기호식품이지만, 국내에서는 커피 열매가 생산되지 않아 100% 수입산 생두에 의존하고 있다.
겨울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국내 기후 특성상 커피나무 재배가 쉽지 않아서다.
2013년 커피 농장을 짓기 시작한 김 대표는 미국 하와이산 코나 커피 종자를 활용해 커피나무 재배를 시작했다.
그는 "외국산 종자를 제주형으로 토착화하기 위해 온실에서 난방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기르기 시작했다"며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이듬해 수확에 성공한 것이 바로 제주산 생두(Green bean)인 '제주몬순커피'"라고 소개했다.
커피 농사에 뛰어든 지 4년 만인 지난해에는 커피 열매껍질에 당분이 많이 들어있다는 점에 착안해 세계 최초로 '커피와인' 개발에 성공했다.
커피와인 제조 기술은 특허도 취득했다.
최근에는 알코올 도수 40도짜리의 커피코냑도 개발하는 데 성공해 올해 초부터 일부 시판 중이며, 중국, 미국 등으로의 수출을 준비 중이다.

커피 생산을 비롯해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커피수목원 연간 방문객은 2016년 2천500명에서 지난해 5천 명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뛰었다.
대표적인 귀농 성공 사례인 셈이다.
김 대표는 "단순히 기존에 있던 방법으로 농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기술을 개척하는 기술농업이 성공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본다"며 "제주형 커피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제주 대표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귀농에 성공하기까지 현실적인 어려움도 산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제품을 생산해도 고객이 모르면 무용지물"이라며 "기존 유통망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 판로 확보가 쉽지 않으므로 지역 농가와 귀농인들을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shi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