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시도 피해자 딸 회복 소식에 면담 여부 놓고 다시 이견
히스로 도착 러시아 비행기 수색 놓고도 '티격태격'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을 방문했다가 아버지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함께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중독된 율리야 스크리팔(33)을 놓고 영국과 러시아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영국 보수 일간 더타임스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율리야는 지난 4일 영국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 벤치에서 아버지와 함께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영국에 기밀을 넘긴 혐의로 고국 러시아에서 복역하다 풀려난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이 러시아가 군사용으로 개발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영국 정부는 암살 시도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다.
이들 부녀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솔즈베리 지역병원은 지난 29일 세르게이 스크리팔은 아직 위독한 상태지만, 딸 율리야는 위험을 넘기고 빠르게 회복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러시아 정부가 율리야를 직접 만나겠다고 나섰다.
런던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트위터를 통해 "율리야 스크리팔이 잘 회복하고 있다는 것은 좋은 뉴스"라며 "우리는 1968년 영사협약에 따라 그녀를 만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율리야가 러시아 국민인 만큼 러시아 정부가 자국민의 안위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트위터는 율리야의 사진도 함께 올렸다.
그러나 영국 외무부는 "율리야의 권리와 의도 등을 포함해 국제법 및 국내법상 정부의 의무와 (러시아의) 영사 접근 요청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타임스는 러시아가 1963년 영사관계에 관한 빈협약을 꺼내 들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협약 36조는 해당 정부가 해외에 있는 자국민을 만날 수 있는 접근권한을 보장하고 있다. 자국민이 구금 중이고 정부의 도움을 거절하지 않는다면 영사관 직원이 방문해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다만 조약은 병원에 있는 환자와 관련해서는 별도로 다루지 않고 있다.
영국과 러시아 정부가 스크리팔 부녀의 안위 보다는 정치적 목적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르게이 스크리팔의 사촌인 나탈리(65)는 전날 데일리 미러와의 인터뷰에서 "율리야의 상태가 나아졌다고 하니 기쁘다"면서도 "율리야가 즉각적인 위험을 벗어났으니 우리는 그녀가 정치 게임의 볼모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양측은 러시아 비행기가 영국 히스로 공항에서 수색을 받은 일을 놓고도 실랑이를 벌였다.
앞서 러시아 교통부는 지난 금요일 러시아 아에로플로트 항공 소속 여객기가 히스로 공항에 도착한 뒤 불법적인 수색 대상이 됐다며 영국 정부에 이에 대한 설명을 공식 요청했다.
러시아 교통부는 성명에서 "만약 설명이 없다면 우리 비행기에 대한 행동을 불법으로 간주할 것이며, 영국 비행기들에 대해 비슷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영국 정부는 정기적인 수색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벤 월리스 영국 내무부 부장관은 "범죄, 마약이나 총기와 같은 해로운 물건 등이 영국 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국경관리 요원들이 정기적으로 수색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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