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 재활용된다' 안내했다는데 아파트선 "처음 듣는 얘기"…지역마다 달라
환경부 "주말이라 전달 잘 안 된 듯…종전대로 분리 배출해도 돼"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성서호 황재하 기자 =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활용품 수거 업체들이 아파트에서 비닐과 스티로폼 수거를 중단하기로 한 1일 생활 현장 곳곳에서는 여전히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환경부와 수도권 시·구에서는 재활용 가능 자원을 종량제 봉투에 넣어버리는 것은 불법인 만큼 주민들이 종전대로 분리 배출할 수 있도록 일선 아파트 측에 알렸다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모르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런 상황에서 화성이나 용인 등 경기도 일부 시·군에서는 재활용품 수거 업체들이 이달부터 페트병을 비롯한 플라스틱 폐기물까지 일절 수거하지 않겠다고 아파트 측에 통보해 혼란이 가중됐다.
1일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단지 엘리베이터 등에는 비닐류 및 스티로폼은 재활용품으로 아예 수거하지 않는다는 게시물이 아직도 붙어 있었다.
이 아파트에서는 비닐과 스티로폼을 들고 재활용 쓰레기 분류 배출을 하러 나섰다가 만류하는 경비원 탓에 도로 집으로 가지고 들어가는 주민들 모습도 보였다.
해당 아파트 경비원은 "우리야 관리사무소에서 하라는 대로 할 뿐 깨끗한 상태로 배출하는 비닐이나 스티로폼은 괜찮다는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주민이 폐비닐을 따로 모아 버렸지만, 도로 가져가라는 경고문이 붙은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원은 "비닐을 분리 배출하지 말라고 공지했지만, 아직도 버리는 주민이 있다"며 "비닐은 쓰레기이므로 종량제 봉투에 담아 넣어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구청으로부터 종전대로 분리 배출하도록 안내하라는 공지를 받지 못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말은 듣지 못했다"며 "매주 수요일이 분리 배출일인데, 지금으로써는 우리 아파트에서는 비닐을 받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강서구와 바로 인접한 양천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분리 배출 요령을 준수한 폐비닐과 스티로폼은 종전처럼 배출해도 된다고 재공지했다.
이 아파트의 한 주민은 "원래 이번 주부터 비닐을 안 받겠다고 했었는데 구청으로부터 안내를 받은 뒤 다시 분리 배출해도 된다고 공지됐다"며 "옆 동네에서는 여전히 분리 배출이 안 된다고 했다던데 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신축 아파트에서도 일단 비닐 등을 모으는 수거함을 치우지 않고 놓아두고 있었다. 수거함 앞에는 '비닐류는 과자·라면 봉지 등 재활용 마크가 있는 것만 수거가 가능하며 오염 물질이 묻은 비닐류는 세대에서 종량제 봉투에 넣어 배출해야 한다'는 안내문을 적어뒀다.
그러나 수거함 안에는 안내문과 달리 재활용 마크가 없는 비닐도 있고, 음식물 쓰레기 등이 묻은 것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이 아파트 경비원은 "어제를 끝으로 오늘부터 폐비닐은 수거가 안 된다고 해 안내문과 공고를 붙였지만, 주민들이 유심히 보는 것 같지는 않다"며 "아직 관리사무소의 지침도 없고 수거 업체가 어떻게 할지도 알 수 없어 일단 주중에 어떻게 될지 두고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도대체 어떻게 분리 배출을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서울 영등포구 일대 주민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 이용자는 "오늘부터 비닐은 종량제 봉투에 버리라고 엘리베이터에 공고문이 붙었다"며 "우리 아파트만 이러는 것인지 아니면 국가에서 비닐을 분리수거하지 말라는 것인지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다른 이용자들은 "우리 아파트도 붙었던데 뭔가 묻은 비닐만 종량제 봉투에 버리라는 내용으로 봤다", "우리 단지는 비닐류 자체를 아예 배출하지 말라고 한다", "우리 아파트에서는 아직 못 본 것 같다", "우리 아파트는 묻지 않은 것만 분리하고 더러운 건 종량제에 버리라고 한다" 등 분분한 댓글을 달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청원이 잇따랐다. 한 시민은 "정부에서 비닐류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해 이날 오후 2시 현재 80여 명이 동의했고, 다른 시민도 비슷한 청원을 올리면서 "정부나 지자체가 관심도 없다는 듯 국민의 불편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시·도를 통해 오물이 묻지 않았다면 예전대로 분리 배출을 받도록 아파트에 고지했지만, 주말이다 보니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주말이라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문을 닫아 공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재활용 업체들이 회원사로 있는 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와 지자체를 통해 업계 측에 비닐과 스티로폼을 수거해 가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일에 관련 업계와 회의를 하는 등 평일이 되면 조만간 지금의 혼란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수거 불가' 사태는 결국 재활용 업체들의 수익이 줄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인 만큼 조만간 이 부분에 대해서도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omma@yna.co.kr, soho@yna.co.kr,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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