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고대 '주목'…학생·학부모 "정시 더 늘려야"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연세대학교가 2020학년도 신입생 입학전형에서 정시모집을 늘리고 수시모집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 기준을 없애기로 하면서 다른 상위권 대학의 입시계획에도 변화가 생길지 눈길이 쏠린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전형) 등 수시모집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낮은데다 교육부가 직접 정시모집 확대를 유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연대, 2020학년도 입시 변화…고민 깊어진 서울대·고려대
연세대는 1일 '2020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발표하면서 수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고 정시모집 인원을 확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연세대의 2020학년도 정시모집 인원은 1천136명으로, 올해 치러지는 2019학년도 입시보다 125명 늘어 전체 모집인원의 33.1%를 차지하게 된다.
다만, 수시모집 가운데 논술전형과 특기자전형이 줄면서 학종전형 모집인원은 971명에서 1천91명으로 120명 증가한다.
연세대가 이처럼 수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없애고 정시모집 인원을 늘리면서 다른 상위권 대학의 2020학년도 입시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성균관대 등 인재를 확보하고자 경쟁하는 상위권 대학들의 경우 타 대학의 입시전형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입시업계의 분석이다.
가장 눈길이 쏠리는 것은 서울대와 고려대 등 최근 학종전형 비율을 크게 늘린 대학들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서울대와 고려대는 올해 치러지는 2019학년도 입시에서 신입생의 60% 이상을 학종전형으로 뽑는다.
특히 고려대의 경우 2017∼2018학년도 사이에 학종 모집 비율이 약 20%에서 60%가량으로 급증했다.
고려대가 이처럼 한 해 사이 전형방식이 급격하게 바뀌면서 상위권 대학의 입학전형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게 교육부의 분석이다.
서강대·성균관대·동국대 등도 같은 기간 학종 모집비율이 10%포인트 이상 늘었다.
이들 대학은 아직 2020학년도 입시와 관련해 따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적지 않은 고민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지역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대학마다 인재를 선발하는 데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서 정시모집 확대 여부에 대해서는 입장차가 있다"며 "이미 2020학년도 입시안을 확정했어야 할 시기임에도 여전히 고민중인 대학들이 있다"고 전했다.
◇ 학종 급격한 확대 막기에 총대 멘 교육부
교육부가 급격한 학종전형 확대에 사실상 제동을 건 것 또한 2020학년도 입시에서 변화가 예상되는 이유다.
앞서 교육부는 주요 대학들이 대거 참여하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선정 과정에서 각 대학이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완화·폐지했는지를 반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없애도록 유도한 것이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 완화는 교육부가 수년간 유지해 온 정책 기조였고, 지난해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선정 과정에서도 반영한 내용이다.
하지만 대학에 배포한 세부 설명자료를 통해 명시적으로 이를 강조한 것은 그 의미가 다르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수능의 영향력을 약화시켜 수시모집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비해 교육부는 오히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완화·폐지해야 하는 환경이라면 대학이 학종전형을 급격하게 늘리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최근 서울지역 상위권 대학 총장들과 연락해 2020학년도 정시모집 확대 가능성을 문의한 것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없어져서 학생들을 변별할 요소가 줄어들면 대학이 구상한 대로 우수한 학생을 뽑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교육부가 이런 권고를 더 강력하게 한다면 상위권 대학들은 학종을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학생·학부모 "정시모집 비율 더 높아져야"
학생·학부모는 대학들이 정시모집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종전형이 합격·불합격의 기준을 알 수 없어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다 사교육이나 부모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인재에게 유리하다는 선입견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학생·학부모들의 우려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수시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가 학종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1일 정오까지 약 8만명이 수능 최저학력 기준 유지와 정시모집 확대를 촉구하는 청원에 동의했다.
최저학력 기준을 없애면 사실상 정시모집이 줄어든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동안은 수능 최저학력 기준에 걸려 불합격한 인원이 정시모집 선발인원으로 이월됐기 때문이다.
한 누리꾼(아이디: chs****)은 "정비 비중 70%로 늘려야 한다"며 "수시 최저 없앤다면 기득권 자녀들은 돈으로 스펙을 만들어 최상위권 대학에 들어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아이디: shi****)은 "(내신) 1등급이 아니면 학교에서 밀어주지도 않고 원하는 대학교도 못 가기 때문에 대부분 돈 있는 부모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 시킨다"며 "하지만 수능은 1∼2년만 정신 차리면 쫓아간다"고 적었다.
큰딸이 올해 대학에 입학한 학부모 양모(55)씨는 "학종 준비하느라 아이 숙제가 부모의 숙제가 된 지 오래"라며 "작은딸이 내년에 입시를 치러야 하는데 더 단순하게 수능을 통해 대학에 갈 수 있는 문이 넓어지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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