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으로 늦춰졌던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1일 시작됐다. 매년 하는 한미연합훈련은 크게 '독수리 연습'(FE)과 '키리졸브 연습'(KR)으로 나뉜다. 독수리 연습은 실제 병력과 장비를 동원해 야외 기동 연습(FTX)을 하는 것이다. 반면 키리졸브는 군 전력의 전개, 공격, 방어 등 전쟁수행 절차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숙달하는 지휘소(CPX) 연습이다. 이날 시작된 독수리 연습은 이달 말까지, 키리졸브는 오는 23일부터 2주간 진행된다. 전체 훈련 기간이 예년의 절반 정도로 줄었고 훈련 내용도 방어 위주라고 한다. 남북 대화 분위기 속에서 가능한 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뜻일 것이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날짜가 오는 27일로 잡혔다. 북한의 비핵화 여부를 결판낼 북미정상회담도 다음 달에 열릴 예정이다. 올해 한미연합훈련의 외형적 축소는 그런 의미에서 이해할 만하다.
올해 한미연합훈련의 서막을 올린 건 쌍룡훈련이다. 독수리 연습의 일부분으로 2년마다 짝수 해에 하는 대규모 상륙작전 훈련이다. 우리 측의 압도적 해군력을 바탕으로 유사시 북한 후방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는 상황을 훈련하는 것이다. 미 해군 7함대의 상륙함 기함인 와스프함(LHD-1)도 이번 훈련에 투입된다고 한다. 미 해군 7함대는 한반도 전역을 관할하는 부대다. 4만500t급 강습상륙함인 와스프함에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F-35B 스텔스 전투기가 탑재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군의 상륙훈련에 F-35B가 투입되는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양국 군은 올해 연합훈련을 철저히 '로키'(low-key)로 하려는 것 같다. 미군 전략자산의 언론 공개 등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 군 당국은 훈련 기간을 줄인 대신 성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거라고 밝혔다. 이 말대로 훈련의 내실만 기할 수 있다면 '로키' 대응을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올해 독수리 연습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쌍용훈련에서 조용하면서도 의미는 큰 성과를 내기 바란다.
북한의 대남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우리 군을 비난했다. 한미 양국 군의 해상기동훈련과 천안함 피격 8주기를 맞아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등을 거론했다. 특히 해상기동훈련에 대해선 "시대착오적 망동인 동시에 북남대화와 화해국면에 역행하는 용납 못 할 범죄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를 직접 겨누지 않고 군에 초점을 맞췄다. 한미연합훈련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도 않았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지난달 25일 논평도 비슷한 논조를 보였다. 우리 군의 F-35A 스텔스전투기 도입과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타우러스 추가 도입 등을 비난했지만 역시 우리 정부를 겨냥하지는 않았다. 북한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된 이 날 저녁 북한의 평양에선 우리 측 예술단 공연이 있었다. 공식적인 명칭이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이고 '봄이 온다'는 부제가 달렸다. 남북관계의 역사적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우리 측 예술단이 평양에서 공연하는 건 2005년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조용필 콘서트' 이후 13년 만이다. 2시간으로 잡힌 공연 무대엔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 백지영, 레드벨벳, 정인, 서현, 알리, 강산에, 김광민 등 11명(팀)이 올랐다. 한미 군사훈련이 시작된 바로 그 날 평양에서 남한 예술단 공연이 열렸다. 그 자체가 종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평창올림픽 이후 급하게 달려온 느낌도 없지 않지만, 확연히 달라진 남북관계를 실감한다. 이제 남북정상회담이 만26일 앞으로 다가왔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의 갈림길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의 만남이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 협의해 공들여온 남북 화해 노력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민족사적 공적으로 결실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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