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산에서 담배 피우면 안 된다는 걸 모를 리도 없는데… 경고문을 붙여 봐야 소용도 없어요"
경기 수원에서 산불감시원으로 활동 중인 김모(64)씨는 주말마다 광교산 일대를 순찰하며 하루 평균 10여 개의 담배꽁초를 발견, 수거하고 있다.
등산로 입구에는 산불예방 안내 문구와 함께 화기 수거함을 설치해뒀지만, 입산 전 라이터를 맡기는 등산객은 하루 1∼2명이 고작이다.
김씨는 "산에서는 금연이라고 그렇게 홍보를 하는 데도 여전한 걸 보면 알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다"라며 "맑은 공기 쐬러 온 타인에게 피해까지 주는 담배를 왜 굳이 산에서 피우는지 모르겠다"라고 혀를 찼다.
소방당국은 매년 봄철 영농 준비기마다 농민들을 대상으로 교육활동과 현수막 등을 통해 논두렁·밭두렁 태우기를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지만 큰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두렁 태우기는 산불로 이어질 수 있는 데다 해충의 천적인 거미 등도 함께 태워 오히려 농사에 방해될 수 있다"라며 "그런데도 일부 농민들은 두렁을 태우지 않으면 농사가 안된다고 관습적으로 생각해 매년 불을 놓는다"라고 말했다.
포근한 봄철을 맞아 고온건조한 날씨로 산불 피해의 위험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지만, 화재 원인의 90% 이상은 여전히 시민들의 부주의에 의한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요구된다.
2일 경기도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경기도에서 931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해 1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으며 소방서 추산 23억4천400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계절별로는 봄철인 3∼5월에 발생한 산불이 580건으로 62.2%를 차지했고, 유형별로는 부주의로 인한 것이 852건으로 91.4%에 달했다.
부주의에 의한 산불을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쓰레기 소각 중 번진 경우가 254건, 담배꽁초로 인한 실화가 219건, 두렁을 태우다 번진 사례가 168건 등의 순이었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오후 6시 15분께 경기 여주시 산북면 용담리의 한 야산에서 주택 신축공사를 하던 이모(69)씨가 공사현장의 낙엽을 모아 태우던 중 불길이 산으로 번져 임야 5천여㎡가 잿더미가 됐다.
지난 2월 17일 오후 2시 45분께는 안성시 보개면의 야산에서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로 추정되는 불이 나 임야 1천여㎡가 소실되기도 했다.
산림청은 산불예방을 위해 지난 2월부터 전국 등산로에 1만 명 이상의 산불감시원을 배치하고 드론과 헬기를 동원한 항공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산불 위험이 큰 시기에는 TV 자막방송을 통해 안전수칙을 안내하고, 산악회와 여행사 등을 통해 예방 안내문을 배부하는 등 시민들에게도 산불예방에 주의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올해는 봄철 기온이 높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이 많을 것으로 전망돼 산불 발생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라며 "숲을 가꾸는 것은 어려워도 소실되는 건 한순간이니 산 부근에서 화기를 사용할 때는 각별히 주의하고 등산 시 라이터 등을 놓고 가는 습관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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