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보도유예 요청했다가 전격공개' 외교부 대응 논란

입력 2018-04-02 16:34   수정 2018-04-0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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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랍 보도유예 요청했다가 전격공개' 외교부 대응 논란
당국자 "외신이 보도한 상황 감안…단호한 의지표명" 설명
일각에선 납치세력 악용할 우려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가나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우리 국민 3명의 피랍 사건에 대해 외교부가 언론에 보도자제 요청을 했다가 나흘 만에 엠바고 요구를 철회하고 사건을 공개한 것을 두고 적절성 논란이 제기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최종 구출시까지 엠바고(보도 유예)를 전제로 발생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출입 기자들에게 사건을 설명했다. 엠바고를 요구한 것은 피랍 국민의 신변안전 때문이라고 설명했고 기자들은 엠바고를 수용해 보도를 하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과거 해외 피랍 사건시 언론 대응 관행과 다를 게 없었다.
그랬던 외교부는 주말인 지난달 31일 돌연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방식으로 피랍 사실을 전격적으로 공개하고, 현장에 문무대왕함을 파견중인 사실을 밝혔다. 피랍 국민의 위치와 안전 여부, 납치세력의 정체와 요구사항 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이례적 대응이었다.
이에 대해 2일 외교부 당국자는 사건 장기화 가능성, 외신에 이미 보도되고 국내 트위터에도 공개되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 단호한 대응 의지 표명 측면, 특히 문무대왕함 파견 공개를 통한 납치 세력에 대한 압박 효과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발표와 그에 따른 언론의 대대적 보도로 사건에 대한 주목도가 커지면 정부의 대응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언론 보도에 의해 피랍자를 빨리 구하라는 여론의 대정부 압박이 커지면 그것을 이용해 납치 세력이 억류를 장기화하거나 터무니없이 높은 대가를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납치 세력이 한국인을 억류한 상황에서 한국 언론인과 인터뷰를 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피랍된 경우 언론은 국민에게 알려야 하는 의무를 일시 유예한 채 정부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보도 유예에 협조를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외교부 해외피랍사건 매뉴얼'도 피랍자 안전을 위해 보도 통제를 요청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외신들의 보도를 공개 이유로 거론한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과거 외교부는 엠바고가 걸린 상황에서 외신이 보도를 하더라도 보도가 국내에서 대대적으로 확산돼 납치세력이 국내 여론 비등을 이용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언론에 계속 엠바고를 유지해줄 것을 요구했었기 때문이다.
영사 분야에 오래 근무했던 한 전직 대사는 2일 "과거 한 선박 납치 사건 때도 일부 언론 등이 보도를 했지만 어느 시점까지는 계속 엠바고를 유지했다"며 그 이유는 납치 세력의 국내 여론 악용을 막기 위함이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간의 관행과 다른 대응을 한 배경에 대해 "(엠바고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아닌지 장단점을 상당히 고심했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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