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그냥 두면 수시 90%"…청와대 개입여부 질문엔 "그렇게 큰 문제 아냐"
(세종=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교육부가 그간의 수시모집 확대 정책 대신 갑작스럽게 정시모집 늘리기에 나섰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둔 시점인 만큼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진석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2일 기자들과 만나 "(입학전형은) 기본적으로는 대학의 자율적 영역이지만 급격하게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비율이 차이 나는 상황이 생겨 (일부 대학에) 구두로라도 우려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 사업을 통해 (정시모집 확대를) 유도해 볼 생각도 했는데, 그것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급박하게나마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지난달 29∼30일 이화여대·중앙대·경희대 등 서울지역 주요대학 총장들에게 전화해 정시모집 감소세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전달하며 사실상 2020학년도 입시에서 정시모집 확대를 부탁했다.
박 차관은 이에 앞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관련 행사에서도 서울대·고려대 총장을 만나 정시모집 확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송근현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문제는 급격하게 정시가 축소되는 부분"이라며 "그냥 놔두면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비율이 9대 1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수시모집 확대라는 그간의 정책 기조를 뒤집은 것이 '급격한' 수시 확대·정시 축소 때문이라는 설명은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수시모집 비중이 크게 늘면서 학생·학부모가 공정성 논란이 큰 수시 대신 정시모집을 늘려달라고 요구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왜 하필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고2 학생을 대상으로 이런 결정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마련하는 와중에 2020∼2021학년도 대입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대학들이 최근에야 2020학년도 입학전형계획의 틀을 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국 4년제 대학 전체 모집인원 가운데 수시모집 비중은 2007학년도에 이미 51.5%로 정시모집 인원을 추월했다.
올해 치러지는 2019학년도 입시에서는 모집인원의 76.2%를 수시모집으로 뽑는다.
수시모집 확대 추세는 20년간 이어져 온 셈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정시모집 확대를 촉구하는 청원도 지난해부터 꾸준히 올라왔다.
'급격한' 정시모집 축소가 문제라는 교육부의 입장도 다소 불분명하다.
'점진적인' 정시모집 축소는 문제가 없느냐는 질문에 이진석 실장은 "그렇지 않다"며 ""학생·학부모는 체감상으로 입시의 문이 줄어드는 것으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어떤 방식으로든 정시모집을 줄이는 것에 제동을 건 셈이다.
정책 기조를 뒤집었다는 언론의 비판에 대해서도 이 실장은 "새 기조는 아니고 해석상 차이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시 모집인원을 대학이 다 채우지 못하고 5%가량이 정시모집으로 이월되는데 이월되는 인원을 더 정확히 추계해 대학이 사전에 정시 선발계획에 반영해줬으면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와 사전 교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이진석 실장은 "저는 그렇게 큰 문제로 판단하지 않았다"며 에둘러 답했다.
일각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에서까지 '학종 폐지론'이 나오는 등 수시모집의 문제점이 부각되자 정부가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고 분석하고 있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시모집 확대를 촉구하는) 여론이 부담됐을 수 있다"며 "여론을 등지고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을 하는 점, 선거 등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여론에 귀를 기울이는 점 모두 비판받아야 마땅한 교육부의 과오"라고 지적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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