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지역 주민에 슬픔·분노 가득…"절대 못 잊어"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2017년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주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공습으로 쌍둥이 자식을 잃은 시리아 남성은 슬픔과 적개심 속에 지난 1년을 보내야 했다.
압델 하미드 알유세프(29)는 오는 4일 결혼기념일을 맞게 되지만 슬픔과 분노가 지금도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알유세프에게 작년 4월4일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악몽 같은 날이다.
전투기들이 당일 알유세프의 고향인 시리아 북서부 칸 셰이쿤 마을에 폭탄을 투하했다. 이 폭탄에는 화학무기 일종인 사린가스가 담겨 있었다.
이 공격으로 이 마을에서 최소 80명이 숨졌다. 시리아 내전이 지속한 7년 동안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 화학무기 공격이었다.
알유셰프는 쌍둥이 아들은 물론 부인과 형제, 조카, 사촌 등 친인척 16명을 한꺼번에 잃었다.
그가 하얀 보자기에 싼 9개월 된 쌍둥이 아기 아야와 아흐메드 시신을 두 팔로 꼭 감싸고 울부짖는 모습이 담긴 사진은 그 다음 날부터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SNS)를 타고 전 세계로 퍼졌다.
이 사진 한 장으로 그는 이번 화학무기 공격의 비극적 실상을 알린 대표적인 인물이 됐다.
그러나 그는 그 화학무기 공격이 발생한 지 만 1년이 다 된 1일에도 결혼식을 기념할만한 게 하나도 없었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부인과 쌍둥이가 묻힌 묘를 방문해 잡초를 제거하는 일뿐이었다.
그의 눈에는 지금도 슬픔과 분노가 어려있었다.
그는 이날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나는 재기할 수 없을 것 같다. 과거를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제사회가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한 배후로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더욱 압박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알유세프는 "우리는 국제사회가 강력한 입장을 취하길 원한다"며 "알아사드는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에 사는 아흐마드 알유수프(20)의 처지도 비슷했다. 한 날에 부모와 남동생 2명을 잃은 그는 "그 날과 그 날에 일어났던 일들을 절대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할아버지의 땅에 일하러 갔다가 폭격받은 집으로 달려가 현장을 본 뒤 땅바닥에 주저앉아 억제할 수 없는 감정에 흔들렸고 말도 할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게 가장 소중한 가족 모두를 잃었다"고 한탄했다.
비슷한 트라우마를 겪은 시리아인 모하메드 알자우하라(24)도 당시 부모와 조카를 잃은 경우로 "너무 큰 충격이었다. 단 하루 만에 그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본 걸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칸 셰이쿤 마을은 시리아 이들리브주의 한 지역에 있다. 이들리브주 대부분은 지금도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통제 범위 바깥에 있다.
유엔 전쟁범죄 조사단은 시리아 정부군이 이 마을에 가해진 화학무기 공격에 책임이 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시리아와 그 동맹인 러시아는 이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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