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도 제공…예술단 방북 과정서 보인 유연해진 北

입력 2018-04-04 10:46   수정 2018-04-04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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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도 제공…예술단 방북 과정서 보인 유연해진 北

최고지도자 공연 관람·아이돌 사진 1면에…취재제한에 빠른 사과
인터넷 회선도 지원…"북, 과거보다 더 파격적인 부분 있어"



(서울=연합뉴스) 평양공연공동취재단 김효정 기자 = 북한이 평양에서 13년 만에 열린 우리 예술단의 방북 공연 및 체류 과정에서 과거보다 훨씬 유연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끈다.
우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는 지난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예술단의 공연을 직접 관람했는데 북한의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이다.
특히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다음날 1면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부부가 전날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 '봄이 온다'를 관람한 기사와 여러 장의 관련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아이돌 그룹 레드벨벳을 비롯한 출연진들과 인사를 나누는 장면 등이 신문 1면에 실렸다.
북한 주민들이 시청하는 조선중앙TV도 2일 오후 4분 50초 분량의 영상을 통해 남측 예술단의 공연 장면과 김 위원장 부부의 관람 모습 등을 상세히 보여줬다.
북한 매체들은 우리 예술단이 선보인 곡목 등 공연의 내용을 자세히 전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공연에 참여한 우리 대중음악인들의 다양한 모습이 이들 대내용 매체의 보도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도 전달된 것이다.

북한 매체는 공연을 관람한 김 위원장이 "우리 인민들이 남측의 대중예술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하고 진심으로 환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고 감동을 금할 수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는데, 이런 태도는 북한이 그동안 남한이나 서구 대중문화에 대해 보여온 입장과 결이 다르다.
그동안 북한 매체는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사상 의식을 지닌 인민 대중은 황금만능과 약육강식, 남의 식, 남의 풍을 설교하는 부르주아 사상문화를 배척한다"(3월24일 노동신문)고 주장하는 등 외부 문화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물론 남한 대중문화 자체에 대한 개방성이나 정책적 변화라기보다, 이달 말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화해 국면에서 북한이 그만큼 남북관계에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북측은 이번 공연 과정에서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마찰을 수습하려 하거나 남측 관계자들의 편의를 보장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관람한 첫날 예술단 공연에 남측 취재진의 현장 취재가 제한된 것과 관련해 북한 고위 인사로서는 이례적으로 직접 사과했다. 이 역시 남북정상회담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아니었겠느냐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은 예전과 달리 남측 기자들에게 평양 시내 스케치도 가능하게 허용해 우리 취재진은 평양 주민들의 표정을 사진과 영상에 담아 송고할 수도 있었다.
또 남측 기자단 등에 인터넷을 연결해주는 등 물리적인 지원도 최대로 보장했다고 정부지원단 관계자가 전했다.
특히 행사 지원을 위해 올라간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평양에서 사용 가능한 북한의 휴대전화를 요청하자 이에 응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져 눈길을 모았다.
이밖에 북한은 공연에 참가한 남쪽 가수별로 안내원이 각각 수행토록 하고 매니저처럼 도움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예술단의 평양 체류 기간 보인 북한의 태도와 관련, "북한도 올해 1월부터 시작된 남북관계가 손상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을 것이어서 최대한 조심하는 모습"이라며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 시절과 비교해 북한의 대응이 더 파격적인 부분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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