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0원 밑으로 내려갈 수도…당국 "시장 예의주시"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환율 조작국 지정 부담 때문에 외환 당국의 관망세가 이어진다는 전망이 나오며 원/달러 환율이 하락 폭을 키워가고 있다.
1년에 두 차례 발표하는 미국 환율보고서 발표 전마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현상이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5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14년 10월 29일(1,047.3원) 이후 최저였다.
장중 연 저점은 전날 세운 1,056.5원보다 2.5원 내려간 1,054.0원에서 새로 쓰였다.
환율은 이달 2거래일 만에 9.3원이나 떨어졌다.
환율하락의 주요 배경으로는 최근 누그러진 북한 리스크가 꼽힌다.
1일 남측 공연단의 평양 공연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관람하고 남북 정상회담이 이달 27일로 정해지며 한반도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있는 탓이다.
그러나 북한 리스크 못지않게 거론되는 요인 중 하나는 외환 당국의 개입 경계감 약화다.
통상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거나 하락하면 당국은 변동성을 줄이고자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에 나선다.
그러나 이달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둔 상황이어서 외환 당국이 시장에 개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매년 4월과 10월에 ▲ 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 달러 초과 ▲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초과 ▲ GDP 대비 순매수 비중이 2%를 초과하는 환율시장 한 방향 개입 여부 등 3가지에 해당하는 국가를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한다.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의 해외민간투자공사 신규 자금 지원과 조달 참여가 금지된다. 추후 무역협상 개시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사항에 포함된다
한국은 무역수지, 경상수지 요건 2가지에 해당해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에 올라있다.
외환 당국은 환율시장 개입 요건은 해당하지 않아 한국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작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계속해서 통상 압박을 높이고 있어서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지난달 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결과 발표 보도자료에서 "경쟁적 평가절하와 환율조작을 금지하는 확고한 조항에 대한 합의(양해각서)가 마무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FTA 협상과 환율 협의를 묶으려는 시도에 정부는 두 가지 문제는 별개라며 반박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이 어느 때보다 환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외환 당국으로선 미국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외환시장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당국이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까지 검토하는 상황에서 스무딩 오퍼레이션조차 부담스러울 수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주 시장은 FTA와 환율이 별개의 문제라는 반응에 대해 1,060원 선이 유지되는지를 확인하려고 할 것"이라며 "원화 강세 압력이 우위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일차적으로 1,050원 선을 열어둬야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이 같은 일이 환율보고서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반복된다는 점이다.
작년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둔 3월 원/달러 환율의 전일 대비 변동 폭은 평균 5.4원으로 2월(4.5원)보다 확대했다.
9월에도 4.2원으로 전월(3.8원)보다 커졌다.
당국도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하고 시장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외환 당국 관계자는 "당국이 개입하지 못한다는 인식 때문에 쏠림 현상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것도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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