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영 작가 "제주 4·3은 대한민국 역사…잊어선 안돼"

입력 2018-04-02 19:45  

현기영 작가 "제주 4·3은 대한민국 역사…잊어선 안돼"
제주 4·3 70주년 전야제서 4·3 평화선언문 통해 밝혀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 4·3은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묻혀 있던 비극의 역사 제주 4·3을 세상에 드러낸 소설 '순이 삼촌'을 쓴 현기영 작가는 2일 제주도문예회관 앞마당에서 열린 제주 4·3 70주년 전야제에서 '평화선언문'을 통해 "4·3 희생자들을 당당한 역사의 주체자로 기록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남북 분단의 단독정부를 반대하고 통일국가를 외쳤던 70년 전의 그 함성과 처절한 수난을 떠올려 본다"고 운을 뗀 현 작가는 "70년 전 무도한 총칼에 무수히 죽어 간 서러운 조상님들을 추념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이날 행사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유대인 대학살이 자행됐던 아우슈비츠 수용소 입구에 새겨진 '아우슈비츠보다 더 무서운 것은 단 한 가지, 인류가 그것을 잊는 것'이란 경구를 인용, "돌아가신 그분들의 원혼을 달래는 길은 우리가 그 원한, 그 슬픔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작가는 "분단 반대, 통일국가를 염원해 항쟁했던 그분들의 뜻이 대한민국 역사에 제대로 명시돼야 한다"며 "지금 이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의 모든 모순과 문제가 남북 분단에서 야기됐듯이 '4·3 항쟁'의 대의명분은 옳았다"고 역설했다.
양윤경 제주 4·3희생자유족회장은 평화의 메시지를 통해 "우리 유족들은 가해자를 용서하지만, 사건의 진실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진상조사를 끝까지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는 말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며 "정치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 누구도 함부로 타인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인간 생명의 소중함을 4·3으로 얘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평화 메시지는 전쟁과 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의 아픔을 안고 있는 일본과 대만측 인사들로부터도 이어졌다.
전야제에 참석한 일본 오키나와 한라산회의 유타카 우미세토 회장은 "73년 전 수많은 주민의 목숨을 앗아간 오키나와전은 미군이 아카지마에 상륙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전쟁의 피해를 호소하기 전에 우리 오키나와는 동아시아의 인민에게 가해자 입장에 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그 죄의 원흉인 명치국가 탄생 150년이 되는 해다. 반드시 평화주의와 '헌법 9조'를 지킴으로써 동아시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4·3 희생자 여러분에게 약속한다"고 말했다.
대만 2·28사건기념기금회의 쉐화위안 이사장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종전 초기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 대만에서는 2·28사건이 일어났다"며 "(대만 2·28과 제주 4·3) 두 비극은 모두 국가 공권력에 의한 참혹한 인권피해의 사례"라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그는 "더는 이러한 비참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서로의 역사에 대해 인식을 공유하면서 양국 간 인권의 가치를 심화시켜 널리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억 속에 피는 평화의 꽃'을 주제로 한 이날 제주 4·3 70주년 전야제에서는 가수이자 사회운동가인 정태춘의 공연, 무용수 김한결의 기원무, 혼비무용단의 진혼무, 전통예술공연개발원 마로의 퍼포먼스 등 4·3의 의미를 되새기는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b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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