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LTI 등 대출규제 도입 앞두고 쏠림현상…개인사업자 대출도 증가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김경윤 기자 = 잠시 주춤했던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약 4개월 만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지난달 말 시중은행이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등 고강도 대출규제를 도입하기로 하자 도입 전에 미리 대출을 신청하는 경우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5개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총 534조7천36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에 비하면 3조688억원 늘어났다. 증가액은 지난해 11월 4조6천509억원 증가 후 넉달 만에 가장 많았다.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매달 3조∼4조원씩 늘어났던 가계대출 잔액은 8·2 부동산 대책과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의 여파로 올해 들어 급격히 증가세가 둔화했다.
올해 초 신(新) DTI 적용이 시작되면서 1월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1조5천462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액은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적었다. 2월에도 증가액은 1억8천137억원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가계대출 잔액이 돌연 3조원 이상 증가한 것이다.
가계대출 가운데서는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1월과 2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전월 대비 증가액은 각각 9천565억원, 1조5천493억원이었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전월보다 2조2천258억원 증가하면서 382조5천28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26일 DSR 등 고강도 대출규제 도입이 예고되자 일부 차주들이 미리 대출을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DSR는 1년 동안 갚아야 하는 원금 및 이자를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기존 DTI·LTV 규제는 주택담보대출만 따졌지만 DSR는 학자금 대출, 자동차 할부금, 마이너스 통장까지 모두 따진다. 이 때문에 DSR를 적용하면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는 것이 더 까다로워진다.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대출이 많은 유주택자라면 DSR 도입 전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두는 편이 유리한 셈이다.
지난달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도 넉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주요 은행 개인사업자 대출은 지난달 2조2천108억원 늘어난 206조431억원을 기록했다.
개인사업자 대출이 전월보다 2조원 이상 늘어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자영업자를 겨냥한 소득대비대출비율(LTI) 도입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LTI는 자영업자의 소득에 견줘 대출 규모를 따지는 지표다.
아직은 참고 지표에 불과하지만 1억원을 초과하는 대출에 대해서는 LTI를 산출해두고 10억원 이상 대출에는 LTI를 따져 심사의견을 기록하도록 했다.
자영업자 차주 입장에서는 부담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DSR 등 강화된 대출규제 도입을 앞두고 추가 대출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사람들이 미리 대출을 신청하는 등 쏠림 현상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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