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철, 주 2일씩 3개월 총파업 돌입…정부·노조 '전면전'

입력 2018-04-03 04:30   수정 2018-04-03 17:09

프랑스 국철, 주 2일씩 3개월 총파업 돌입…정부·노조 '전면전'

정부의 복지삭감안 반대…하루 이용자 450만명, 물류대란 예상
노조들 "작년처럼 무기력하게 안밀릴 것"…집권 11개월차 마크롱 최대 시험대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철도근로자들의 복지혜택 대폭 삭감을 골자로 한 프랑스 정부의 국철 개혁안에 노동계가 대규모 총파업으로 맞선다.
지난달 철도노조가 벌인 파업이 하루에 불과한 '예고편'이었다면, 이번에는 석달동안 한주에 이틀씩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라 프랑스에 대규모 물류·교통난이 예상된다.
이번 철도 총파업은 다양한 국정과제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며 집권 11개월을 맞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최대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 2일씩 석 달간 총파업…철도망 거미줄처럼 발달한 佛 물류대란 예상
프랑스 철도공사(SNCF) 노조들은 정부의 국철 임직원 복지혜택 축소 등 구조조정안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2일 저녁 7시(현지시간)부터 시작한다.
SNCF에 따르면, 철도 기관사, 정비사, 일반직원 등 전체 임직원의 절반에 달하는 48%가 우선 3∼4일 총파업 참여를 결의했다.
SNCF 노조들은 주 5일(평일) 중 이틀씩을 파업하고 정부의 양보가 없는한 이를 6월 말까지 이어가기로 했다.
4월에는 환경미화원들과 에너지·전기부문, 프랑스 최대항공사 에어프랑스의 크고 작은 파업까지 예정돼 마크롱 대통령은 작년 5월 취임 후 최대 파업에 직면하게 됐다.
SNCF에 따르면 당장 3일부터 고속철 TGV 노선 8편 중 1편이 취소되고 기타 지역 노선은 5편 중 1편이 결항된다. 수도권 교외급행노선(RER) 파리와 위성도시들을 연결하는 노선도 차질을 빚어 통근·통학난이 예상된다.
SNCF의 기욤 페피 사장은 1일 '주르날 뒤 디망슈' 인터뷰에서 "3일간의 정상근무 이후 이틀의 파업이 이어지는 식인데, 이렇게 되면 근무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철도망이 거미줄처럼 발달한 프랑스에서 철도 이용객은 일평균 45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철도가 중요 운송수단이다.
SNCF 노조들이 대대적인 총파업에 나서는 것은 정부가 국철 임직원 복지혜택을 대거 축소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는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이 보장된 철도근로자들의 종신 고용을 없애고, 신입사원들부터 연봉 자동승급 등의 혜택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철의 채무급증의 주요 원인이 '방만한 복지'라는 게 프랑스 정부 판단이다. SNCF의 부채는 500억 유로(67조원 상당)에 달한다.
당장 프랑스는 유럽연합(EU)에서 합의된 대로 독점 체제였던 철도시장을 2019년 12월부터 단계적으로 개방해야 한다.
시장 개방을 앞두고 국철의 부채를 줄여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체질도 개선한다는 것이 프랑스 정부의 구상이다.


철도노조들은 그러나 정부의 구조조정안이 철도를 민영화해버리려는 계획의 시작이라면서 여론전에 나섰다.
이에 대해 정부는 노조가 민영화를 거론하는 것은 여론을 유리하게 조성하기 위함이라고 보고, 언론을 통해 줄기차게 SNCF의 민영화 계획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철도시장 개방을 법률명령(ordonnance) 형태로 의회의 심의를 건너뛰어 추진하려던 방침도 바꿔 의회의 정규심의를 거치기로 했다. 국철 개혁을 신속히 추진하기 위해 법률명령이라는 우회로를 택했지만, 노조와 야당의 반발이 거세자 물러선 것이다.
또 정부는 시장개방 후 일부 철도노선의 운영권이 민간으로 넘어가도 기존 직원들의 임금과 복지혜택을 그대로 승계하도록 강제한다는 '당근'도 제시했다.

철도노조는 정부가 부랴부랴 양보안을 제시했음에도 파업을 계획대로 할 방침이다.
철도 파업에 대한 프랑스 여론은 양분됐지만, 점차 노조 입장에 기우는 모양새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가 지난 1일 발표한 최신 여론조사에는 응답자의 46%가 국철 노조의 총파업이 정당하다고 답했다. 이는 2주 전 같은 조사보다 4%포인트 오른 수치다.
정부의 국철 개혁안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절반을 겨우 넘긴 51%로 집계됐다.

◇마크롱 정부나 노조나 "밀리면 끝이다"…일전 각오
국철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조와 정부의 일전은 마크롱 대통령이 집권 후 직면한 가장 큰 시험대다.
국철 문제는 프랑스의 전 정부들도 몇 번 건드렸다가 실패한 사안이다. 프랑스의 철도노조가 워낙에 막강한 데다 과거 정권에서는 노조들이 국민의 지지까지 얻었기 때문이다.
철도노조는 1995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 재임 1년 차 때 정부의 대대적인 사회복지 개편에 반대해 이를 무산시켰다. 철도 파업에 다른 직종 노동자들이 연대하면서 저항은 더욱 거세졌고 알랭 쥐페 총리는 복지축소계획을 대폭 철회했다.
2010년에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대대적인 연금개혁안을 내놓자 철도노조가 이에 강력 반발, 결국 정부 안이 상당 부분 후퇴했다.


프랑스 정부와 노동계는 각각 이번 싸움에 명운을 거는 분위기다.
마크롱 정부는 국철개혁 외에도 실업급여 등 노동시장 구조개편, 공무원 감축, 중등교육·대입제도 개편, 국회의원 정원축소와 특권 폐지 등 굵직한 국정과제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철도 노조들과의 일전에서 밀리면 다른 국정과제 추진에도 큰 타격이 예상되기에 정부는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에 노동계는 이번 싸움을 작년 노동법 개정 과정에서 노동계가 무력하게 물러선 것을 만회할 절호의 기회로 여긴다.
그동안 프랑스 노동·사회정책의 주요 축이었던 노조들은 현 정부 출범 뒤 법적 권한과 대정부 투쟁의 동력, 지지기반을 모두 크게 잃은 상황이라 이번 싸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노조나 정부 양쪽 모두 일방적인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정부로서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데다 국철의 파업에 대한 동정론이 커지고 있어 상황이 유리하지 않다.
작년 정부의 노동법 개정에 원칙적으로 찬성했던 제1 상급노조 CGDT(민주노동총연맹) 역시 정부의 국철 개혁에 매우 부정적이다.
그러나 노조들 역시 프랑스의 노조가입률이 11%가량으로 예전만큼 높지 않은 데다, 강성인 CGT(노동총동맹)가 제1 노조 지위를 온건성향의 CFDT에 넘겨주는 등 노동계의 '지각변화'가 이뤄졌기에 과거처럼 정부의 압박을 돌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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