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정치권, 총선 1개월 만에 정부구성 협의 본격 개시

입력 2018-04-03 06:00  

伊정치권, 총선 1개월 만에 정부구성 협의 본격 개시
마타렐라 대통령, 오는 4일부터 각 정파 수장들과 면담
반체제·극우 정당 결합 현실화 가능성에 '촉각'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정치권이 총선 실시 1개월 만에 정부구성을 위한 협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세르지오 마타렐라(76) 대통령은 오는 4일부터 각 정파의 지도자들을 로마의 대통령으로 차례로 불러들여 새 정부 구성을 위한 면담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탈리아는 지난 달 4일 총선을 실시했으나, 어떤 정치 세력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함에 따라 정부 출범이 지연되고 있다.
당시 총선에서는 이탈리아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진 반(反)난민 정서와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 여론 편승,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이 약진했다.
오성운동은 상하원 모두에서 33%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창당 9년 만에 단일 정당 가운데 최대 정당으로 부상했고, 5년 전 득표율이 4%선에 불과했던 동맹은 이번 선거에서는 18%에 근접한 표를 얻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1)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 등 4개 정당이 손을 잡은 우파연합 가운데 최다 득표를 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총선에 단일 대오로 나선 우파연합 역시 4개 정당의 합산 득표가 37%에 그쳐 과반 의석 확보가 불발됨에 따라 정부 구성을 위해서는 서로 다른 정당 간 합종연횡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번 선거에서 19%의 득표율로 역대 최악의 참패를 당한 민주당이 연정 구성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으나, 민주당은 오성운동과 연대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어느 정당과도 손잡지 않고, 야당으로 남을 것임을 일찌감치 천명했다.
이에 따라, 결국 오성운동과 동맹이 주축이 된 우파연합의 결합, 또는 오성운동과 우파연합을 탈퇴한 동맹 두 정당 간의 결합 정도가 현재 가능한 시나리오로 꼽힌다. 오성운동과 동맹이 확보한 의석수를 합치면 의석 절반이 충분히 넘어서 새 정부 출범이 가능하다.



오성운동과 동맹이 주도한 우파연합은 정부 구성의 첫 걸림돌로 여겨진 상하원 의장 선출 과정에서도 매끄러운 공조를 보여주며 상원 의장으로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측근인 FI 소속 엘리자베타 알베르티 카셀라티(71)를, 하원 의장으로는 오성운동의 중진 로베르토 피코(43)를 각각 뽑은 바 있다.
유럽연합(EU)에 회의적이고, 난민에게 적대적인 정당인 오성운동과 동맹이 손을 잡고 정부를 구성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이탈리아에는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유럽 주변국들과 시장은 우려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오성운동과 우파연합의 결합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결과를 속단할 수는 없다는 게 정계의 시각이다.
마테오 살비니(45) 동맹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는 모두와의 대화에 열려 있지만, 우파연합이 총선에서 최다 득표를 한 이상 누구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우파연합을 중심으로 정부가 꾸려져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반면, 루이지 디 마이오(31) 오성운동 대표는 오성운동이 단일 정당으로는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것을 내세우며 정부 구성의 주도권을 자신들이 잡아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살비니 대표와 디 마이오 대표 가운데 누가 총리직을 차지하느냐를 둘러싼 신경전도 양측의 연대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살비니 대표는 지난 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더 나은 대안이 있다면 꼭 총리직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 반면, 디 마이오 대표는 "오성운동에 동맹보다 2배 가량 더 많은 표를 준 민의를 존중해야 한다"며 자신이 반드시 총리직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살비니 대표는 그러자 이 같은 디 마이오 대표의 비타협적 태도에 발끈하며 "총리는 최다 득표를 한 우파연합에서 나와야 한다"고 다시 완강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오성운동이 우파연합의 또 다른 축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FI와는 연대를 배제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정치권의 부패를 일소하겠다는 목표를 기치로 내걸고 창당된 오성운동은 탈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미성년자 성매수 의혹 등으로 다수의 송사에 휘말린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부패와 구습의 대명사로 맹비난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살비니 대표 역시 우파연합을 깨고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다짐해온 터라 양측의 연대가 성사되려면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총리 임명권을 지니고 있는 마타렐라 대통령은 교섭 첫날인 오는 4일 상원과 하원 의장, 전임 대통령인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을 시작으로 각 정당의 지도자들을 차례로 만나 정부 구성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정부 구성이 성사될 때까지 교섭 과정은 수 주에서 수 개월까지 소요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만약, 교섭이 진행되더라도 정부 구성을 위한 뾰족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올해 하반기에 재선거가 실시될 가능성도 있다. 재선거 때까지는 사표를 제출한 파올로 젠틸로니 총리가 임시 총리를 맡아 정부를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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