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왕 사이먼, 2㎝ 차로 한국 복귀 불발 "다시 오고 싶었는데"

입력 2018-04-03 08:48   수정 2018-04-03 08:55

득점왕 사이먼, 2㎝ 차로 한국 복귀 불발 "다시 오고 싶었는데"
다음 시즌부터 키 200㎝ 이상 외국인 선수는 국내 리그 출전 불가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KBL 센터 5층 교육장.
키 2m가 넘는 건장한 남성이 키를 재고 있었다. 비슷한 키의 친구와 함께 KBL 센터를 찾은 이 남성은 바로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에서 뛰었던 데이비드 사이먼(36)이었다.
사이먼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25.7점을 넣고 리바운드 11.1개를 잡은 리그 정상급 센터다.
득점과 블록슛(2.1개) 1위를 차지했고 리바운드 3위에 오르는 등 골밑에서 위력을 과시했다.
지난달 초에는 두 경기에서 50점, 48점을 연달아 넣어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두 경기 연속 48점 이상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원주 DB와 벌인 4강 플레이오프에서 3전 전패로 탈락, 1일로 시즌이 마무리됐다.
시즌을 마친 사이먼이 다음날 공항 대신 KBL 센터를 찾은 것은 키를 다시 재기 위해서였다.
다음 시즌부터 키 200㎝를 넘는 외국인 선수는 KBL에서 뛸 수 없게 되자 출국하기 전에 자신의 키를 200㎝ 아래로 만들어놓고 가려는 취지였다.
사이먼의 기존 KBL 공식 신장은 203㎝였다.
이날 측정에서 3㎝가 작게 나와야 그의 다음 시즌 한국행 가능성이 열리는 상황이었다.




사이먼은 2010년 처음 국내 무대에 데뷔했고 2014-2015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4년 연속 한국 팬들과 겨울을 함께 지낸 선수다.
2014-2015시즌 원주 동부(현 원주 DB), 2016-2017시즌 인삼공사 시절에 두 차례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2016-2017시즌 통합 우승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사이먼에게는 챔피언결정전 때보다 더 떨리는 마음으로 올라선 '신장 측정기'였다.
다음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들의 신장이 장신 선수 200㎝, 단신 선수 186㎝ 이하로 제한되면서 이들의 공식 신장 측정은 하나의 '이벤트'가 됐다.
기존 KBL 공식 신장 측정치가 없거나 사이먼처럼 재측정을 원하는 선수들은 예외 없이 KBL 센터에 와서 키를 재야 한다.
오후 2시에 1차로 잰 그의 키는 202.2㎝가 나왔다.
사이먼은 '무릎을 쭉 펴야 한다'는 KBL 관계자의 지시에 "무릎 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 더 펴지지 않는다"며 "차라리 누워서 재게 해달라"고 직접 바닥에 주저앉기도 했다.
기준치인 200㎝를 '통과'하지 못한 그는 오후 4시에 다시 키를 재기로 했다.
동행한 구단 관계자가 "오후가 되면 키가 줄어들지만, 많이 움직일수록 좋다"는 조언하자 사이먼은 자리에 앉아서 대기하지 않고 건물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왔다.
구단 관계자는 "2010년대 초반에 카자흐스탄 리그에서 뛴 적도 있고, 지금도 레바논 리그 입단 제의를 받은 상태라고 들었다"며 "한국에서 오래 뛰어 정도 들었고 자신과도 잘 맞으니 다시 오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은 "4시에 키를 다시 재고 나면 만일 200㎝ 이하로 나오지 않더라도 국내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인터뷰를 한 번 하자"고 요청했다.
그러나 그의 '신장 측정 2차 시기' 역시 202.1㎝로 역시 다음 시즌 KBL 복귀 불가 판정이 내려졌다.
낙담하며 KBL 센터를 떠나는 그를 보며 구단 관계자는 "인터뷰는 좀 어려운 분위기 같다"고 전했다.
email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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