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마음에"…자녀 손 꼭 잡고 등교한 방배초 학부모들

입력 2018-04-03 10:00  

"불안한 마음에"…자녀 손 꼭 잡고 등교한 방배초 학부모들
전날 인질극에 "어제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뛰어"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교내 인질극이 벌어졌던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 앞에는 3일 아침 자녀 손을 꼭 잡고 함께 등교하는 학부모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이날 오전 8시 30분께 방배초 교문에서는 학교 보안관과 학교 선생님 2명이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했다.
초등학교 1∼4학년 등 저학년생들은 대다수가 엄마나 아빠 손을 잡고 등교를 했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학교 안으로 들여보낸 뒤에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자녀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교문 안에는 학부모들도 들어갈 수 없었고, 낯선 사람이 교문 앞으로 다가가면 "들어오면 안 된다"며 보안관이 제지하기도 했다.
4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우리 아이가 피해 학생이랑 같은 4학년이다 보니 충격이 다른 학생들보다 더 컸다"며 "집이 가까워 원래는 혼자 등교를 하는 데 불안한 마음에 오늘은 학교에 데려다줬다"고 말했다.
2학년 딸을 데려다준 김모(42·여)씨는 "평소에도 시간이 된다면 출근할 때 딸을 학교 앞까지 데려다줬다"며 "아이도 인질극이 뭔지 알고 있고, 놀라기도 했다.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달래주느라 혼났다"고 전했다.
학부모 A(여)씨는 "평소보다 아이를 데려다주는 학부모들이 많은 것 같다"며 "어제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고학년인 5∼6학년생들은 혼자 또는 친구와 함께 등교하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김모(12)군은 "어제 학교가 뉴스에 나와서 신기하다"며 "엄마가 조심히 학교 갔다가 끝나면 바로 집에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엄마가 학교 갈 때 누가 말 걸어도 말하지 말라고 했다"며 교문으로 뛰어들어갔다.
오전 9시가 가까워지자 학교 보안관은 더욱 분주해졌다. 보안관은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며 친근하게 인사를 건넸고, 학생들도 큰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라며 화답했다.
몇몇 학부모들은 보안관에게 다가가 "마음 쓰지 마세요", "고생하셨어요"라고 말을 건네기도 했고, 한 학생은 집에서 싸온 떡을 보안관에게 주며 "제가 가져왔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학부모 B(여)씨는 "어제 인터넷 뉴스 댓글을 보니 학교 보안관에게 험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아이들 이름까지 다 외우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분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오전 9시가 넘자 학교 보안관은 교문을 닫고 지각한 학생이 들어올 때만 문을 열어줬다.
방배초에서는 전날 오전 11시 30분께 양모(25)씨가 학교에 들어와 여학생을 인질로 잡고 1시간가량 경찰과 대치하다 체포됐다.
p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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