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질환도 극복한 '모정'…"심장이식 여성 첫 출산 성공"

입력 2018-04-03 10:28  

심장질환도 극복한 '모정'…"심장이식 여성 첫 출산 성공"
서울아산병원서 7년전 심장이식한 30대 여성, 지난 1월 아들 낳아
집도의 "출산 기쁨 누리기 어렵던 장기이식 환자에게 새 희망"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다른 사람의 심장을 이식한 여성이 조산과 유산의 위험을 극복하고 국내 처음으로 출산에 성공했다.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심장이식과 중증 질환자도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는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아산병원은 2013년 3월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이모(37.전남 광주)씨가 지난 1월 9일 서울아산병원에서 몸무게 2.98㎏의 아들을 순산했다고 3일 밝혔다.
이 병원에 따르면 그동안 국내에서 간이식, 신장이식 환자의 출산 소식은 있었지만,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여성이 아이를 낳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심장이나 폐 등의 흉곽 장기를 이식한 후 임신하면 태아의 선천성 기형과 자연유산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환자의 불안과 두려움이 컸기 때문이다.



이씨의 경우 10년 전 심장근육의 문제로 심장이 비대해지는 '확장성 심근병증' 진단을 받고 투병하던 중 상태가 악화해 2013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씨는 심장이식 수술 후 헬스 등 운동으로 꾸준히 건강관리를 해왔으며, 2016년 결혼 후 임신을 계획했다. 남편과 시댁은 이씨의 건강을 염려해 임신을 만류했지만, 엄마가 되고 싶은 이씨의 뜻을 꺾을 수 없었다. 여기에 같은 심장이식 환자인 친정엄마의 전폭적인 지지도 임신을 결정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우여곡절 끝에 임신에 성공한 이씨는 이후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이식된 심장의 기능과 거부반응 유무, 고혈압이나 당뇨병 발생 여부 등을 체크했다. 다행히 이씨는 임신 중 체중 및 약물 조절이 잘 됐고, 건강에도 큰 이상이 없었다.
문제는 출산 때 자연분만이나 제왕절개 중에 어떤 방식을 택할지였다.
출산을 앞두고 마취과에서는 심장이식 수술력이 있는 만큼 전신마취 후 제왕절개를 권유했다.
하지만 이씨의 심장질환 주치의였던 심장내과 김재중 교수의 의견은 달랐다.
전신마취는 이씨가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을 직접 볼 수가 없으므로 척추마취 후 제왕절개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김 교수는 마취과를 강하게 설득했고, 결국 이씨는 지난 1월 산부인과 원혜성 교수의 집도로 2.98kg의 건강한 사내아이를 분만했다.
분만실에서 아이의 얼굴을 본 이 씨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국내에서 이씨처럼 심장이식을 받는 가임기 여성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국립장기이식센터(KONOS) 통계치를 보면 2000년 이후 현재(2018년 3월 30일 기준)까지 1천391건의 심장이식 중 32%가 여성 수혜자였다. 이중 약 3분의 1이 가임기 여성이었다.
이씨는 "아무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심장이식 환자의 임신과 출산이었지만 의료진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있어 두렵지 않았다"면서 "건강하게 태어나준 아이에게 고맙고, 나와 같은 심장이식 환자들이 엄마가 되는 기쁨을 더 많이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임신 전 주치의와 함께 이식 장기의 거부반응, 콩팥이나 간 기능, 복용 중인 약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임신 가능 여부를 결정하고, 임신기간에도 지속적인 관리를 받는다면 심장이식 환자도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출산을 통해 확인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재중 심장내과 교수는 "이식 후 1년 이상이 지나서 이식된 심장의 기능이 안정적이고 건강이 회복된 경우에는 임신을 시도할지를 고려할 수 있다"면서 "다만, 면역억제제를 줄이면서 적절한 혈중 약물 농도를 유지하고, 주기적인 심장 검사를 받는 등 의료진의 관리가 임신 계획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bi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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