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영장과 혐의사실 같지만 "증거인멸 정황" 강조…안희정측 "법원 평가받은 것"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성폭력 의혹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또 한 번 구속 갈림길에 세운 검찰의 카드가 무엇인지 관심이 쏠린다.
3일 검찰에 따르면 사건을 맡은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오정희 부장검사)는 지난 2일 안 전 지사의 구속영장을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했다.
검찰이 내건 안 전 지사의 혐의는 지난달 23일 첫 번째 영장 청구 때와 같다.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씨에 대한 형법상 피감독자 간음과 강제추행,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에 10개 항목의 범죄 내용을 담았다.
검찰이 지난달 28일 처음 청구한 안 전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나 도망 염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영장 기각 이후 김씨는 물론 두 번째 고소인인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직원 A씨도 다시 불러 조사했지만, 이번에도 A씨 고소 내용은 영장 청구서에서 빠졌다.
A씨 고소 부분은 쟁점이 많아 수사와 혐의 구체화에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첫 영장이 기각되자 A씨 고소 내용도 포함해 다시 영장을 청구하리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검찰은 예상을 깨고 또 한 번 김씨에 대한 혐의로만 안 전 지사의 구속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에 검찰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비장의 카드를 꺼낸 것인지 궁금증이 일고 있다.
검찰이 가진 한 수는 영장 재청구 사실을 밝히며 강조한 부분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온라인상 2차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등 사안이 중하고, 증거인멸 정황 또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불구속 피의자에 의한 보복 범죄 등 2차 가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이를 구속 사유로 판단할 수 있다.
다만 김씨에 대한 온라인상 2차 피해가 이 범주에 들려면 안 전 지사 측이 김씨에 대한 악의적 허위 댓글 작성 등을 계획적으로 주도했다는 입증이 있어야 한다.
검찰도 2차 피해를 직접적인 구속 사유로 보는 것은 아니지만, 피해가 계속해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사안의 중대성과 연관 짓고 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에는 고소인들을 돕는 단체인 전국성폭력협의회(전성협)가 주장한 내용도 포함됐다.
전성협은 "안 전 지사는 범행 시 사용한 휴대전화는 제출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도청에서 쓰던 업무폰은 검찰 압수수색 전 모든 내용이 지워졌으며 유심칩까지 교체됐다"고 지난달 28일 주장했다.
안 전 지사 측은 이에 대해 "업무폰 내용은 전임 수행 비서가 후임자에게 넘길 때 모두 지우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업무폰에 대해 안 전 지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검찰이 "증거인멸"을 직접 언급한 이상 구체적인 정황은 물론 1차 영장 청구 때와는 다른 추가적인 사안도 확인했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 전 지사 변호인은 "증거인멸 부분은 이미 한 차례 법원의 평가를 받은 부분"이라며 "안 전 지사 측이 조직적으로 2차 가해를 가했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으나 그런 사실 자체가 없다"고 강조했다.
안 전 지사의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4일 오후 2시 서울서부지법에서 박승혜 영장전담판사 심리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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