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차기 총선을 앞둔 말레이시아가 가짜뉴스를 유포할 경우 최고 6년의 실형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가짜뉴스 단속법 '을 제정했다.
3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하원은 전날 가짜뉴스 관련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23표, 반대 64표로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에는 악의적으로 가짜뉴스를 생산·유포할 경우 6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50만 링깃(약 1억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안은 상원 심의와 국왕 승인 등 절차를 거쳐 조만간 최종 확정돼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가짜뉴스 단속법 입법을 주도한 아잘리나 오스만 사이드 말레이 법무장관은 "이 법의 목적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게 아니라 가짜뉴스 억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현지에선 이와 관련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규모 비자금 스캔들로 곤욕을 치른 나집 라작 현 총리와 집권여당이 이와 관련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 든다는 의심 때문이다.
나집 총리와 측근들은 2015년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수조원의 나랏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나집 총리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자금세탁처로 이용된 미국과 스위스 등은 아직도 이 사건에 대한 국제 공조수사를 벌이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브래드 애덤스 아시아 지부장은 "가짜뉴스 단속법이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집권여당의) 게리맨더링(자의적 선거구 획정) 행태 등에 대한 비판을 막는데 쓰일 것이 우려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는 현 의회의 임기가 만료되는 올해 8월 이전 차기 총선을 치러야 하며, 총선일은 내달 초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총선은 말레이시아 사상 유례 없는 박빙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집 총리가 이끄는 통일말레이국민기구(UMNO)를 주축으로 한 집권여당연합 국민전선(BN)은 1957년 말레이시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61년간 장기집권을 해왔지만, 나집 총리의 비자금 조성 의혹의 여파로 입지가 흔들렸다.
야권은 한때 나집 총리의 후견인이었던 마하티르 전 총리를 총리 후보로 추대하고 정권교체 노력에 박차를 가해 왔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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