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 일가 '형제의 난'을 촉발한 국부(國父) 리콴유(李光耀, 2015년 사망) 전 총리의 자택이 철거와 보존의 갈림길에 섰다.
3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리콴유 전 총리 자택의 처리 문제를 논의해온 싱가포르 정부 장관급 위원회는 전날 보고서를 통해 자택 처리 방식에 관한 3가지 선택사항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위원회가 제시한 첫 번째 선택사항은 이 자택을 국가기념물로 지정한 뒤 정부가 사들여 다른 용도로 활용하거나, 보존대상으로 지정한 뒤 건물주에게 거주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선택사항은 리콴유 자택 가운데 거실 등 일부만 보존하고 나머지 공간은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옵션은 이 건물을 완전히 허물고 재개발하는 방식이다. 건물주가 주거용도로 재개발하거나, 정부가 공원 또는 국가유산 센터 등으로 재개발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위원회는 당장 정부가 이 세 가지 선택사항 가운데 한 가지를 고를 필요는 없으며, 향후 시간을 두고 결정하면 되는 문제라는 입장을 덧붙였다.
싱가포르 옥슬리 가(街) 38번지에 있는 이 건물은 1890년대 말에 지어졌으며 싱가포르의 국부로 추앙받는 초대총리 리콴유 가족이 1950년대부터 살기 시작했다.
이 건물은 강력한 여당인 인민행동당(PAP) 창당 논의가 진행된 장소로 리콴유의 아들이자 현 총리인 리셴룽이 자라난 곳이기도 하다.
리콴유 전 총리는 생전 인터뷰에서 자신이 죽은 뒤 이 집을 허물거나 가족과 후손을 위한 거주지로만 활용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리콴유는 이런 뜻을 자신의 유서에도 담았다. 2013년 공개된 유서에는 현재 이곳에 사는 장녀 리웨이링(李瑋玲) 싱가포르 국립 뇌 신경의학원 원장이 이사한 이후에 허물어달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그러나 2015년 리콴유 사후에 공개된 유서에는 이 집을 장남인 리셴룽 총리에게 물려준다는 내용이 들어 있어 논란이 시작됐다.
몇 년간의 공방 끝에 장녀인 리웨이링과 차남인 리셴양(李顯陽) 싱가포르 민간항공국 이사회 의장은 장남인 리셴룽 총리가 자택을 허물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어긴 채 이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으며, 국가 기관을 동원해 자신들을 위협해 자신들이 더는 싱가포르에 살 수 없는 지경이라며 해외망명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렇게 촉발된 총리 가문의 '형제의 난'은 일가친척까지 가세한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고, 결국 의회로 넘겨져 국가적인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결국, 의회는 정부 관련 부처 장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이 건물의 처리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고, 리콴유의 세 자녀는 '휴전'을 선언한 채 가족 내에서 해법을 찾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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