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4·3 아픔 상징 동백꽃 배지 달고 희생자 추념(종합)

입력 2018-04-03 16:13   수정 2018-04-03 16:34

문 대통령, 4·3 아픔 상징 동백꽃 배지 달고 희생자 추념(종합)

"추념행사 참석" 대선후보 시절 약속 지켜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위패봉안실 방문해 술 올려
참석자들 "고맙수다" 화답…원희룡 "남북미 정상회담 제주에서 열리길"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014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후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으로서 추념식 행사에 참석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이 4·3 행사에 참석한 것은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4월 18일 4·3 유족을 만난 자리에서 "정권교체로 새로 들어서는 민주정부 대통령은 4·3 추념식에 참석해 국가적 추념 행사로 위상을 높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는 이번 추념식이 12년 만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추념식으로, 문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의 약속을 지키는 자리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추념식이 시작되기 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한병도 정무수석 등과 4·3 평화공원에 도착한 문 대통령 내외는 행방불명인 표석을 먼저 참배했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모두 4·3 당시 무고하게 희생된 피해자들을 상징하는 동백꽃 배지를 달고 있었다.
문 대통령은 마포형무소에서 실종돼 행방불명된 희생자의 유가족을 만나 "아직 당시 희생자 유해가 남은 곳이 있지 않나"라며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한 분이라도 더 찾기 위해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양윤경 4·3 희생자유족회장은 "오늘 대통령님 방문으로 유족들 한도 풀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추념식에 많은 분이 오셨는데, 대통령님을 뵙고 싶어 오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 유족이 문 대통령과 동행한 바른미래당 소속 원희룡 제주지사를 바라보며 "4·3이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많은데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중앙정부, 지방정부, 국회가 협조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답했다.
문 대통령은 조곡인 '망자를 위한 경례'가 나오자 행방불명인 위령 조형물 앞에서 묵념했다.
문 대통령 내외가 묵념을 마치고 추념식장에 들어서자 참석자들은 모두 일어나 박수로 환영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양측에 앉은 최고령자 유가족과 함께 국화꽃과 동백꽃을 헌화하고 분향한 다음 거동이 불편한 유가족들을 부축해 자리로 돌아왔다.
추념사에서 문 대통령은 4·3의 진상규명과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국가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배·보상과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등 정부 차원의 조치를 비롯해 국회와의 협의를 약속하자 추념식에 참석한 희생자 유족 등은 10여 차례의 박수로 화답했다. 일부 참석자는 "고맙수다"라고 크게 외치기도 했다.
추념식을 마친 후 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위패봉안실을 방문했다.
양조훈 4.3평화재단이사장은 "희생자 위패들을 마을 단위로 모시고 있다"며 한 마을에서 537명의 희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놀란 듯 "한 마을에서요?"라고 되물은 문 대통령은 조천읍 선흘리 마을의 위패 앞에서 술잔에 술을 부어 올렸다.
양 이사장은 눈물과 함께 "제주도민들의 쌓인 한이 많이 녹아내릴 것 같다. 감사하다"고 인사했고 문 대통령은 말없이 양 이사장의 두 손을 잡았다.

문 대통령은 방명록에 '통곡의 세월을 보듬어 화해와 상생의 나라로 나아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추념식을 마친 문 대통령은 라마다플라자 제주 호텔로 자리를 옮겨 유족들과 점심을 같이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대통령의 추념사가 유족과 생존자들, 제주도민께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며 "누구도 4·3을 부정하거나 폄훼하거나 모욕하는 일이 없도록, 4·3의 진실이 똑바로 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찬에 함께한 원희룡 제주지사는 "대통령께서 함께해주신 데 유족들의 감동과 도민들의 감사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원 지사는 "통일의 기운을 4·3 평화공원에서 일으켜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치른 다음 남북미 정상회담을 제주에서 열어달라"며 "남북미 평화회담 제주 개최가 4·3 영령들에 가장 큰 제물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kj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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