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엔 1명이 미국 의회도서관 장서 상당 정보 생산
"종교·국가 초월 정보중심 세계질서"…정보전쟁 시작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세계 각지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기업과 개인의 활동은 매일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생산한다.
이 데이터를 자세히 분석하면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새로운 자원"이 되지만 이는 인간을 지배할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인체(人體)에서부터 우주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기업과 국가까지 망라한 데이터 경쟁이 시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세기가 '석유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데이터의 세기'로 일컬어진다.
데이터 분석은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고도화했다. 전세계의 페이스북 이용자는 월 20억명이 넘는다.
샌드라 매츠 미국 콜롬비아 대학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좋아요' 클릭 등을 분석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각 개인에게 맞는 화장품 광고를 한 결과 "구매 건수가 5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1년에 생산되는 데이터의 양은 이미 기가(10억)의 1조배를 의미하는 '제타(zetta, 기호 Z)' 바이트 규모에 달했다.
미국 조사기업인 IDC는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데이터의 양이 2025년 163제타 바이트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6년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는 지구상 인구 한명, 한명이 세계 최대인 미국 의회도서관 장서 전체에 상당하는 양의 데이터를 생산한다는 계산이다.
인터넷 검색이력과 자동차 주행정보가 새로운 서비스를 낳고 경제와 정치 관련 통계가 돈을 움직이게 한다. 미국 인텔과 IBM, 중국 알리바바그룹 등 거대 IT(정보기술) 기업 경영자들은 입을 모아 "데이터는 새로운 자원", "새로운 석유"라고 말한다. 세계 각국 기업들이 엄청난 속도로 팽창하는 데이터를 경쟁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우주에서는 사물의 움직임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인공위성의 "눈"이 번뜩인다. 유조선의 항구 출입이나 슈퍼마켓의 주차장 이용실적 등을 토대로 정부나 관련 기관의 공식집계 보다 빨리 경제동향을 파악하거나 예측해 활용하는 헤지펀드가 돈을 번다.
데이터는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미국 애플은 작년 4월 산하기업을 통해 1만명의 건강정보를 최소한 4년간 수집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일본에서도 내각부와 도쿄(東京)대학, 교토(京都)대학 등이 공동으로 오는 6월부터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해 생활환경과 혈압의 관계를 즉시 측정하는 실증실험을 시작한다. 질병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데이터의 세기' 선두를 달리는 기업이 구글, 알파벳, 페이스북, 아마존 등 'GAFA'로 불리는 미국 IT 4개 공룡기업이다.
이들 4개사의 주식 시가총액 합계는 2010년대 전반에 '세븐 미스터스'로 불렸던 대형 석유기업 4개사를 제쳤다. 급속한 성장세는 전성기 석유산업의 모습을 방불케 한다.
석유 대량공급은 세계의 자동차 산업 발전으로 이어졌지만 거대화의 폐해도 나타났다. 존 록펠러 등이 19세기 후반에 설립한 스탠더드 오일은 1911년 반트러스트법(독점금지법)에 따라 엑손, 텍사코 등 거대 7개사로 분할됐다 현재는 4개사로 집약됐다.
지금은 비대해진 GAFA에 대해 역풍이 불기 시작했다.
'데이터의 세기'가 제기하는 문제는 산업구조 전환이나 기업 간 공방에 그치지 않는다. 석유의 세기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탄생해 중동 국가들에 의한 석유지배가 생겨났다. OPEC은 석유위기를 통해 선진국 경제를 크게 흔들었다. 이는 미국이 중동지역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결과를 낳았다.
데이터의 세기는 미국 1강인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니혼게이자이는 그러나 중국은 세계의 규칙과는 거리가 있는 독자적인 정책으로 관민 일체가 돼 전세계 데이터 수집에 나서고 있고 러시아도 데이터의 힘으로 세계를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마모토 다쓰히코(山本龍彦) 게이오(慶應)대학 교수는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종교와 민족, 국가와 같은 기존 틀 대신 정보를 축으로 하는 새로운 세계질서 구축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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