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전 극우 불교세력 게시물 200% 증가
결정요인으로 분석…유엔보고관 "페북은 야수가 됐다"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지난해 미얀마에서 로힝야족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페이스북이 혐오 발언을 퍼뜨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디지털 연구·분석가인 레이먼드 세라토는 미얀마 극우 불교단체인 '마 바 타'(Ma Ba Tha, 민족종교 수호를 위한 애국연합) 지지자들의 페이스북 게시물 약 1만5천건을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
게시물은 2016년 6월께 시작돼,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정부군을 공격해 '인종청소'를 촉발한 즈음인 2017년 8월 24∼25일께 정점을 이뤘다.
이후 로힝야족 수만 명은 방글라데시 국경 인근으로 도피했다.
세라토는 이 시기 약 5만5천명의 회원을 둔 마 바 타의 게시물이 약 200% 증가하는 등 활동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세라토는 "페이스북이 미얀마 내 분쟁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결정한 특정 요소를 촉진한 게 분명하다"면서 "페이스북은 과거에도 증오발언이나 잘못된 정보를 확산하는 데 이용됐지만, (ARSA의) 공격 이후 더 큰 효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미얀마 내 증오발언에 대한 연구를 2년 동안 이끈 전쟁평화연구소(IWPS)의 분석가 앨런 데이비스도 "작년 8월 기준 수개월 전부터 페이스북 게시물이 더 조직적이고, 군사화됐으며 더 혐오스러워졌다"고 지적했다.
그의 연구팀은 '양곤 내 모스크(이슬람사원)가 여러 불탑을 날려버리기 위해 무기를 비축하고 있다'는 식의 조작된 이야기들을 직면했으며, 이는 양곤 내 불교 신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고 밝혔다.
이런 게시물은 로힝야족을 경멸하는 '벵골인 테러리스트'와 같은 용어를 포함했으며, '무슬림 청정구역'과 같은 표식도 1만1천 차례 이상 공유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사실을 당국에 알렸으나 당국은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고, 지역 언론인들도 보안 문제를 이유로 보도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데이비스는 "이때가 바로 사람들이 '오, 그렇다면 우리가 하던 일을 계속해도 되겠다'고 생각하게 한 결정적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인구 5천300만명의 미얀마에서 페이스북은 인터넷 정보를 얻는 거의 유일한 매체이며, 대다수는 페이스북 게시물을 뉴스로 여긴다.
지난 2014년만 해도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인구는 1%가 되지 않았지만, 2016년 현재 미얀마 내 페이스북 이용자는 1천400만명을 넘어서며 남아시아 국가 중 최대 규모다.
앞서 이양희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은 "페이스북은 야수가 돼버렸다"고 지난달 지적했다.
이 보고관은 "초강경 국수주의 불교도들이 자기 페이스북 계정을 갖고 로힝야나 다른 소수민족을 겨냥한 폭력과 증오를 선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엔도 페이스북이 미얀마 내 로힝야족 혐오·증오 표현을 퍼뜨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페이스북은 혐오 게시물과 이용자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을 지속해서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우리는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지난 수년째 이를 막을 수 있는 자원과 반(反)혐오 발언 운동을 발전시키기 위해 전문가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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