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맨 승승장구 비결? 터키 에르도안 보면 답 나온다

입력 2018-04-03 16:39  

스트롱맨 승승장구 비결? 터키 에르도안 보면 답 나온다
NYT "단호하고 쉽고 모욕적인 설교같은 연설이 무기"
수시로 연설 생중계…"동네형 같아" 보수층·무슬림 매료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가졌다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연설'을 갖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국내 지지자들 사이에서 승승장구하는 비결을 분석하며 그의 성공 수단으로 설규식의 공격적이고 단호한 어조의 연설 방식을 꼽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평일에 많게는 세 차례, 주말 중 하루 두 차례 연설하면서 거침없는 발언을 내뱉기로 유명하다.
민주주의 체제 지지자들을 겨냥해 "약탈자"라고 부르는가 하면 독일 외무장관을 "재앙"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연설 도중 강압적 태도와 경건한 자세를 오가며 자신의 적들 이름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도 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대중에게 호소하는 연설 대부분은 어디든 존재하는 친정부 성향 매체에 보도된다. 그러면 에르도안 지지자들은 이러한 연설에 고무되는 반면 그 반대파들은 분열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독재자들과 활개를 치는 스트롱맨들의 심화하는 국제적 추세에 완전히 맞아떨어진다고 NYT는 분석했다.


에르도안 대통령 연설은 그가 참석하는 모든 행사에서부터 친정부 성향의 모임까지 다양한 곳에서 쏟아진다.
그의 연설은 복수의 TV 방송으로 자주 생중계되기 때문에 카페와 가정집, 정부 기관 사무실 등 어느 곳에서도 들을 수 있다.
에르도안 연설 특징 중 하나는 그의 지지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알아듣기 쉽고 단호하게 얘기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미국과 유럽 지도자들, 진보주의 성향의 엘리트 계층 등을 겨냥할 때 쓰는 모욕적 언급이 대표적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작년 지지자를 상대로 한 연설 내용은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 거론된다.
그는 당시 "독일의 외무장관은 재앙"이라며 "너는 누구냐. 누가 터키 대통령에게 말을 거는가. 터키 외무장관에게 말을 걸어라. 너의 위치를 직시해라"고 말했다.
이 연설이 나올 당시엔 터키와 독일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때였다.
그는 과거 앙카라에서 사회주의 성향의 한 페미니스트가 장갑차에 올라간 것을 두고 처녀성 검사의 필요성을 암시하며 '그녀가 소녀인지 성인인지 궁금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최근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시위대를 유혈진압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겨냥해 "테러리스트"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자들은 그가 아버지나 형제, 또는 이웃집 아저씨처럼 얘기한다며 그를 "우리 중 한 명과 같다"고 말한다.
전직 기자이자 '유럽외교관계이사회' 선임 연구원인 아슬리 아이딘타스바스는 "그는 문체적 측면에서 항상 뜻밖의 말에 몰두하고 있다"며 "그는 사람들에게 충격 주는 걸 신경 쓰지 않고 매우 대중적 방식으로 사람들을 흥분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악담만을 퍼붓는 것은 아니다.
그는 때론 시의 유명한 구절을 인용하거나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 삶의 스토리를 곁들여 가며 연설을 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황한 종교적 설교는 꾸준한 훈련의 결과란 분석도 있다.
그는 예배 지도자들과 설교가 양성을 위한 종교 학교에서 수학했으며 이슬람 설교술 코스를 밟기도 했다.
터키의 진보주의자와 세속주의자들은 '분열을 초래하는 연설'이라 비판하지만, 그의 신실한 무슬림 추종자들은 그러한 연설을 듣고 싶어한다.
아이딘타스바스는 "보수주의자들에게 있어 그는 그들의 삶의 방식을 보호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날의 목표물을 정하면 누구더라도 직접적, 명령식 어조에 질문 형태로 연설하는 특징도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이 시리아의 쿠르드족을 지원하는 것을 두고 "어이 미국, 내가 몇 번이나 얘기를 했어. 당신은 우리 편이야? 아니면 이 테러 단체 편이야"라고 반문하는 식이다. 터키는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 등을 테러 단체로 지정한 상태다.
시리아 정부군의 동구타 공격으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안을 낸 것에 대해선 "빌어먹을 결의안, 그 결의안을 어디에 쓸모가 있나. 당신들은 사기를 치고 있다. 당신들은 단지 5개국일 뿐"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을 겨냥한 비판 발언이다.
터키 야권 인사도 에르도안 대통령의 분열을 초래하는 연설 방식을 싫어하지만, 그의 연설 능력은 인정했다.
쿠르드계 야당 '인민민주당'의 대변인 아이한 빌겐은 "그의 스타일은 극우와 포퓰리스트, 권위주의 정치인들의 관심사와 조화를 매우 잘 이룬다"며 "그는 사회를 분열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정치적 성향을 선호한다"고 NYT에 말했다.

gogo21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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