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 못 밝힌 채 7년 만에 과세…"조세회피로 단정한 2심 다시"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자기 소유의 주식을 다른 사람 명의로 바꾼 뒤 팔았더라도 조세회피 목적이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는 한 무조건 부정을 저질렀다고 간주해 과세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현행 국세법에는 조세회피 등 부정한 목적으로 명의신탁한 주식을 거래할 때는 무거운 세금을 물리고 세금 부과 기간도 길게 허용한다. 파는 주식량에 따라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과세할 수 있는 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난다.
명의신탁 주식을 거래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세무당국에 유사 사례의 과세 기준을 제시하는 의미가 있다.
대법원 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인천의 한 운수업체 전 대표 홍모씨가 인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전부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홍씨는 2008년 5월 두 아들과 처제 명의로 회사 주식 2만700주(17.25%)와 자신 명의의 1만5천600주(13%)를 친형에게 24억원에 넘겼다. 당시 주식 양도세도 자신과 두 아들, 처제 이름으로 각각 계산해 납부했다.
하지만 인천세무서는 7년이 지난 2015년 3월 양도된 주식이 사실상 모두 홍씨 소유이므로 홍씨가 3만6천300주(30.25%)를 한꺼번에 친형에게 처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세무서는 누진세율을 매겨 양도세 9천512만원 등을 더 내라고 했고, 과세에 불복한 홍씨가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홍씨가 주식을 명의신탁한 것이 누진세율을 피하기 위한 조세포탈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부정한 목적이 인정되면 과세 기간이 10년까지여서 2008년 주식 처분에도 세금을 매길 수 있다. 반면 부정한 목적이 없었다면 과세 기간이 5년까지여서 2008년 주식 처분에는 2013년까지만 세금을 물릴 수 있다. 2015년에 부과한 양도세는 무효가 된다.
1심은 "홍씨가 양도소득세 신고를 하면서 아들, 처제 명의로 작성된 주식양도양수 계약서도 제출했던 점 등에 비춰보면 자신이 실질적으로 보유하던 주식의 거래를 적극적으로 은닉하는 행위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2015년의 양도세 부과처분은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2심도 "명의신탁 등으로 누진세율을 회피하고 수입을 분산하는 등 조세회피 목적이 있다고 보여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홍씨의 주식 중 가족에게 증여했다고 볼 수 있는 주식을 거래한 부분은 과세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주식을 부정한 목적으로 명의신탁했다는 점을 검찰이 증명하지 않는 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라고 인정할 수 없다며 2015년 양도세 부과가 전부 무효라고 판단해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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