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대 목소리 영향…유엔난민기구 "실망스럽다…재고 촉구"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스라엘 정부가 아프리카 이주민을 서방국가로 보내거나 한시적으로 체류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하루 만에 뒤집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3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이주민에 관한 유엔난민기구(UNHCR)와 합의안을 취소했다고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텔아비브 남부에서 이주민에 반대하는 활동가들과 회의를 한 뒤 "나는 매년 이스라엘 국가와 이스라엘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결정을 수천 개 하고 가끔 결정이 재고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UNHCR과의) 합의를 취소하기로 했다"며 "우리는 잠입자들을 추방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쓰는 데 계속 단호하게 행동하겠다"고 강조했다.
불과 하루 전인 2일 이스라엘 정부는 UNHCR과 합의에 따라 기존 아프리카 이주민 추방계획을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이 합의안에 따르면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아프리카 이주민 중 1만6천여 명은 서방국가로 이주하고 나머지 이주민은 최소 5년간 이스라엘에 머물 수 있다.
또 네타냐후 총리는 아프리카 이주민을 받아들이기로 한 서방국가로 캐나다와 이탈리아, 독일 등을 꼽았다.
그러나 이 합의는 이스라엘 국민의 반발에 부닥쳤다.
아프리카 이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텔아비브 남부 주민은 합의안에 대해 "이스라엘 국가의 수치"라는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이스라엘 내 강경 세력은 아프리카 이주민의 체류를 반대하고 있다.
그러자 네타냐후 총리는 합의안 발표 후 몇 시간이 지난 뒤 이행을 보류한다고 발표했고 다음 날 반(反)이주민 활동가들을 만나고 나서 취소를 결정했다.
UNHCR은 네타냐후 총리의 결정에 대해 "실망스럽다"며 취소를 재고할 것으로 촉구했다.
UNHCR은 "합의안이 이스라엘과 아프리카 이주민에게 모두 이득이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스라엘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에 아프리카 이주민들은 다시 한숨을 쉬게 됐다.
올해 초 이스라엘 정부는 자국에 체류 중인 아프리카 이주민들에게 4월 전까지 자진출국하지 않으면 무기한 감금할 것이라고 고지했다.
또 이스라엘 정부는 아프리카 이주민에게 르완다나 우간다로 가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스라엘에는 에리트레아와 수단 등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 약 4만 명이 체류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스라엘 정부의 아프리카 이주민 추방계획은 지난달 중순 이스라엘 고등법원의 판결에 따라 잠정중단된 상태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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