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남과 북 예술인들의 평양 합동공연은 감동 그 자체였다. 3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펼친 공연에서 우리 예술단과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은 '우리는 하나'라는 주제에 걸맞은 대화합의 무대를 연출했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1만2천여 북한 관객들은 2시간여 진행된 공연 내내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때로 눈물을 짓고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남북 출연진 모두가 무대에 올라 피날레 송으로 '우리의 소원', '다시 만납시다'를 부를 때, 남북 요인들이 손을 잡고 노래하고 모든 관객은 기립박수로 호응했다. 공연이 끝나고도 10분 넘게 관객들의 박수가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2003년 이 체육관 개관 기념 통일음악회 이후 15년 만에 보는 뭉클한 장면이다. 앞서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우리 예술단은 '봄이 온다'를 주제로 남북평화 협력기원 단독 공연을 펼쳐 열렬한 찬사를 받았다. 이 공연을 직접 관람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우리 예술단원들을 찾아와 직접 감사의 뜻을 전하는 파격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진행되는 가운데 열린 행사여서 자못 신선했다.
우리 예술단을 위해 마련한 환송 만찬에서도 남북 화합의 분위기는 이어졌다. 만찬을 주재한 북한의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북과 남에 울려 퍼진 노래가 민족을 위한 장중한 대교향곡으로 되게 하자"고 제의했고, 우리측 단장인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은 "다시는 십여 년에 한 번씩 만나는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희망한 '가을철 서울공연' 성사에 함께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또 다시 일회성으로 끝내지 말자는 얘기다. 남북 간 대치가 극에 달했던 작년 말만 해도 상상도 못 했던 모습들이다. 당국자뿐 아니라 참가한 예술인들도 다들 평양 공연을 뜻깊게 평가했다. 특히 예술단·태권도시범단과 함께 4일 새벽 귀국한 윤상 음악감독이 "다들 이게 현실적으로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감동했다"고 전했을 정도다. 이번 공연은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의 사전 행사이자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축하를 위한 삼지연관현악단의 서울·강릉 공연에 대한 답방 차원에서 마련된 행사였다. 취재제한 논란은 있었지만, 성공리에 끝나 다행이다.
남북 교류는 문화예술과 스포츠 분야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세월의 공백이 컸던 만큼이나, 경제와 사회, 학술과 언론, 시민단체 등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가 조속히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하루라도 빨리 남과 북 주민들이 분단 70년이 낳은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이나 이질감을 해소하고 공감대와 동질성을 회복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어서다. "우린 통역이 필요 없다. 그런데도 만나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는 한 북측 관객의 말은 앞으로 남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웅변해 준다고 하겠다. 하지만 당장 민간 교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기에는 제한이 있다. 북한의 핵 문제가 뭣보다 큰 걸림돌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초고강도로 진행되는 상황인 만큼 북핵 문제에 결정적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남북 간 교류는 극히 제한되고, 지속 가능할 수 없다. 결국, 북한이 확실히 마음을 비워야 한다.
3주여 앞으로 다가온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모든 눈이 집중되는 것도 그래서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 남북관계 지속적 발전 등을 의제로 담판을 짓는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평양 합동공연이 남과 북의 주민에게 보여준 화해와 감동이 남북정상회담에서 꽃 피우길 기대한다. 내일은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의전·경호·보도 실무회담'이 진행된다. 두 정상이 역사적 회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남북 실무진 모두 준비에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 새해 신년사를 시작으로 지난 3개월여 북한의 김 위원장이 보여준 통 크고 유연한 모습은 평가할만하다. 하지만 선대의 유훈인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답'을 들고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임하길 다시 한번 촉구한다. 기적처럼 이뤄진 이번 기회를 잡아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북미수교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가까운 미래에 김 위원장이 '뒤늦은 후회'라는 노래를 또 듣고 싶을지도 모른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