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총재 연임…'물가목표 2% 달성·금융완화→정상화 연착륙' 과제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가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자금 공급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도입한 지 4일로 5년이 됐다.
구로다 총재는 처음 정책 시행 당시 2년 정도면 물가상승률 2%를 달성해 디플레이션에서 탈피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는 지난달 국회에서 5년 연임 안이 통과하며 2023년 4월 8일까지 일본의 금융·통화정책을 총지휘하지만 2% 물가상승률 달성이라는 목표 달성 자체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금융완화 장기화에 따라 금융기관의 수익 악화, 연기금 운용 환경 악화 등 부작용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구로다 총재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도입한 것은 취임 직후인 2012년 4월 4일이었다. 국채 등을 대량으로 매입해 시장에 거액의 자금을 지속해서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는 당시 '차원이 다른 금융완화'라면서 2% 물가상승률 달성을 통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는데 2년이면 될 것이라고 밝혔었다.
이는 '2∼3%의 인플레이션, 무제한 금융완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통한 장기침체 탈출을 목표로 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와 동전의 양면이었다.
그러나 이런 목표는 아직 달성되지 못했다.
물론 그가 일본은행 총재를 맡은 지난 5년간 일본 경제는 완만하지만, 전후(戰後·2차대전 패전 이후) 2번째로 긴 경기회복 추세를 보이는 것은 성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물가상승, 즉 가격 인상을 통한 기업 활동 활성화, 여기에 급여인상을 통한 수요확대라는 선순환을 이루는 단추로 제시했던 2% 물가상승률 달성은 요원하다.
실제 최근 두 달 신선식품을 제외한 전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 상승하는 데 그쳤다.
또 구로다 총재가 거듭 연기한 끝에 최근 제시한 '2019년에 물가상승률 2% 달성' 목표에 대해서도 많은 이코노미스트가 고개를 흔들고 있다.
여기에 대규모 금융완화가 5년간 이어지고 기준금리 마이너스(-) 0.1%라는 역사적인 저금리는 금융기관의 수익력 저하로, 메가뱅크들의 체력 악화로 국제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아울러 초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연기금 등 운용 환경이 나빠지면서 부작용도 확산하는 추세다.
일본은행이 보유한 국채가 최근 5년간 급격이 증가하면서 450조 엔(약 4천470조 원)을 넘어섰다. 거액의 국가부채를 일본은행이 떠안고 있는 셈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도탄(東短)리서치의 가토 이즈루(加藤出) 대표는 도쿄신문에 "일본은행은 재정을 돕고 주가를 떠받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에 편리한 존재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에서 벗어나 연착륙을 할 '출구전략'에 대해서는 구로다 총재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점도 시장의 우려다.
실제 구로다 총재는 최근 국회에 출석해서도 출구전략에 대한 질문에는 "출구를 구체적으로 검토할 시기에 적절히 밝히겠다"는 정도의 답변만 했다.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우에노 쓰요시(上野剛志)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물가상승률 2% 달성을 중장기 목표로 변경하면 일본은행의 정책이나 총재의 발언도 유연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NHK는 "구로다 총재가 오는 9일로 차기 5년 임기에 들어가지만 향후 5년 사이 2%라는 물가목표를 조기에 달성해 이례의 완화정책을 어떻게 정상화할 지라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고 평가했다.
choina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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