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마음 알아야" "국제사회에 잘못된 메시지 줄것" 주장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최근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둘러싼 한미, 중국 등 국제사회의 논의에서 밀려나 있는 일본 정부가 북한의 도쿄올림픽 참가 문제를 납치문제와 연계하는 등 궁색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발단은 지난달 말 북한을 방문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김정은 노동당위원장과 만나 북한이 2020도쿄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참가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힌 것이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인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는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이런 방침을 환영한다면서도 돌연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를 꺼냈다.
그는 "그는 "납치라는 것은 남의 나라에 들어와서 강제로 빼앗은 뒤 계속 돌려보내지 않는 것"이라며 "그러한 일본인의 마음을 충분히 알고 나서 이야기(북한의 도쿄올림픽 참가)를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납치문제에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북한이 도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혔다면서 불쾌한 심정을 드러낸 것이다.
스즈키 순이치(鈴木俊一) 올림픽담당상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는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모리 회장이 일본인의 마음도 충분히 알고서 조정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런 시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는 "아무리 스포츠라고 하지만 일본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면 세계에 대해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위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대북 압박 유지라는 목소리를 내면서도 김정은 위원장과의 북일정상회담을 물밑에서 모색하는 상황에서 정부 내에서는 스포츠마저 정치와 연계하는 발언을 이어가는 '엇박자'를 연출하는 것이다.
이에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다.
그는 4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도쿄올림픽 참가에 대한 비판론 및 납치문제 연계에 대한 입장을 요구받자 "IOC와 도쿄올림픽조직위 등에서 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스가 장관은 "정부는 현시점에서 예단하는 것은 피하겠다"면서도 "어찌 됐든 우리나라가 중시하는 것은 납치문제 해결이다. 이를 위해 각국에 호소하는 등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도쿄올림픽 참가의 조건으로 납치문제 해결을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납치문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는 양측간 주장이 극명히 엇갈린다.
일본 내각관방 산하 '납치문제대책본부'는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가 17명이라고 규정했다.
이 가운데 5명은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방북 당시 귀국했다. 그런만큼 현재 문제가 되는 납치피해자는 12명이다. 일본 정부는 이들의 생사확인 및 귀국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12명 가운데 8명은 사망했고 4명은 북한에 있지 않다고 일본측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즉, 납치문제 자체가 이미 해결된 사안이란 논리다.
최근 교도통신은 북한에 생존해 있거나 일본으로 송환되지 않은 납치피해자가 2명이 있다는 점을 북한이 인정한 적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를 고리로 북미가 협상에 나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취재보조 : 데라사키 유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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