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강대국, 경제개발 지원 내세워 '네팔 껴안기' 경쟁
네팔 신임 총리, 첫 방문지 인도 선택에 中 '불편한 기색'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지리적으로 중국과 인도 사이에 낀 네팔이 이들 강대국의 '구애'를 동시에 받고 있다.
최근 출범한 네팔 새 정부가 겉으론 '자주 외교'를 내세우며 주변국들과의 우호 관계를 강조하지만, 상대방의 경제·군사적 팽창을 견제하는 중국과 인도는 네팔의 행보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4일 인도 일간 이코노믹스 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카드가 프라사드 샤르마 올리 네팔 총리가 오는 6∼8일 인도를 방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양국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올리 총리는 "인도 방문은 양국 관계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인도는 네팔 개발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리 총리가 지난 2월 15일 취임 이후 첫 해외 방문지로 인도를 선택하면서 중국과 인도, 네팔 간에 미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이전에는 네팔이 경제·외교적으로 인도의 그늘에 있어 네팔 총리의 이런 인도행은 당연시됐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내세워 네팔 경제개발 지원에 나선 가운데 올리 총리가 친인도 성향의 전임 총리와 달리 좌파 정당 총재로 친중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아서다.
이는 올리 총리가 지난해 전임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파기된 중국과의 수력발전 댐 건설협력 사업을 재개하겠다고 지난 2월 밝힌 데서 볼 수 있다.
이 사업은 파키스탄에 25억 달러(약 2조6천억 원) 규모의 1천200MW급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으로, 일대일로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중국의 입김이 커지는 것으로 판단한 모디 총리는 올리 총리 취임 이후 3차례나 전화를 걸어 인도와 네팔의 우호를 다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디 총리는 이번 올리 총리와의 회담을 통해 네팔에 경제·사회 지원 보따리를 풀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과 네팔의 관계 증진 등 지역 정세의 변화를 고려할 때 올리 총리가 인도를 먼저 방문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인도의 많은 사람은 네팔을 중국의 영향력에 맞설 전략적 싸움터로 보는 낡은 사고의 족쇄를 깰 필요가 있다"며 네팔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가 일대일로의 수혜국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과 인도의 '샌드위치' 신세가 된 네팔은 '줄타기 외교'를 통해 실리를 챙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리 총리는 최근 대외정책 방향으로 자주 외교와 균형 잡힌 대외관계를 제시하며 "모두와 우호적이고 누구와도 반목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모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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