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크거나 고의 방화범 민·형사 책임 "패가망신할 수도"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해마다 봄철 산불로 막대한 산림이 잿더미가 되고 있으나 산불 실화자 검거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설령 검거하더라도 실제 형사처분은 10명 중 4명꼴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고령이거나 농민이 실수로 불을 낸 경우가 많아 강력한 처벌도 쉽지 않다.
5일 산림청 등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1천706건으로 이 중 749건의 산불 원인 제공자(가해자)를 검거했다. 검거율은 43.9%에 그치고 있다.
◇ 입산자 실화 검거율 12.6%…"건초 더미서 바늘 찾기"
유형별로는 논·밭두렁 소각, 쓰레기 소각, 성묘객 실화자 검거율은 70∼80%로 높다.
반면 담뱃불 실화나 입산자 실화는 현장 검거 실패 시 실화자를 찾기 쉽지 않다.
입산자 실화는 554건 중 12.6%인 70건 검거에 그치고 있다. 10명 중 1.2명꼴로 검거되는 셈이다.
지난 2월 11∼15일 닷새간 삼척시 노곡면과 도계읍에서 발생한 산불로 237㏊(노곡 161㏊, 도계 76㏊)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축구장 면적(7천140㎡)의 332배에 달하는 피해 규모다.
그나마 노곡 산불은 인근 펜션에서 난 불이 옮아붙은 것으로 파악됐지만, 입산자 실화로 추정되는 도계 산불은 한 달이 지나도록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 형사처분 35.9%…초범·고령·과실로 솜방망이 처벌
산불 가해자를 검거하더라도 고의가 아닌 과실범 또는 초범, 고령인 경우 대부분 약한 처벌에 그친다.
현행법상 산불을 낸 사람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검거된 산불 가해자 749명 중 35.9%인 269명만 징역형(31명)이나 벌금형(238명)을 선고받았다. 10명 중 4명만 처벌을 받는 셈이다.
나머지 480명은 기소 유예 또는 과태료, 훈방됐다.
벌금형이 선고된 238명에게 부과된 벌금 액수도 1인당 평균 186만원에 그쳤다.
징역형이 선고된 31명 중 집행유예로 풀려난 사례도 적지 않다.
산불 가해자를 검거해 재판에 넘기더라도 사실관계를 둘러싼 법정 공방을 벌이기 일쑤다.
민형사상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에 증거가 명확하지 않으면 일단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9일 강릉 옥계 산불 실화자 2명이 현재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담뱃불 실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혐의를 부인하면서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당시 불로 10억원 상당의 산림 244ha가 잿더미가 됐다.
◇ 피해 크면 엄한 처벌…징역 10년 중형 사례도
물론 산불 방화자나 피해 규모가 큰 실화자는 재판을 거쳐 엄한 형사처분뿐만 아니라 상당한 액수의 민사상 배상 책임도 부과된다.
이른바 '봉대산 불 다람쥐'로 불린 김모(59)씨는 2012년 대법원에서 징역 10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김씨는 2005년 12월부터 2011년 3월까지 7년간 울산 동구 봉대산 일대에 산불을 낸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4억2천만원의 손해 배상 책임도 부과됐다. 당시 김씨의 방화로 임야 4만8천465㏊가 소실됐다.
2016년 4월 6일 충북 충주시 수안보에서 쓰레기 등을 태우다 불을 낸 방모(68)씨는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또 방 씨에게 산림 피해액 및 진화 비용 등 8천여만 원의 배상금을 청구됐다.
산림청 관계자는 "논밭두렁 소각으로 산불이 난 경우는 원인이 비교적 명확하고 실화자가 그나마 신속히 신고해 초동 진화 가능성이 있다"며 "문제는 입산자 실화와 담뱃불 투기는 원인 제공자가 불명확해 검거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10년간 산불 원인의 81%가 입산자 실화, 논·밭두렁 및 쓰레기 소각, 담뱃불 실화 등 사수한 부주의, 즉 인재(人災)인 셈"이라며 "이를 거꾸로 생각하면 세심한 주의만으로도 산불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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