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총선 1개월 만에 정부구성 협의 착수…난항 예상

입력 2018-04-04 19:19   수정 2018-04-04 20:30

이탈리아, 총선 1개월 만에 정부구성 협의 착수…난항 예상

오성운동·우파연합 서로 "우리가 주도권 쥐어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의 새 정부 구성을 위한 정치권의 협의가 총선이 치러진 지 꼭 1개월 만에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은 4일 오전(현지시간) 로마 대통령궁 퀴리날레로 각 정파의 지도자들을 비롯한 정계 주요 인사들을 불러들여 새 정부 구성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날 엘리사베타 카셀라티(전진이탈리아·FI) 상원의장을 시작으로 로베르토 피코(오성운동) 하원의장, 전임 대통령인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 이탈리아 자치주 대표, 군소정당 대표을 차례로 만나 의견을 교환한다.



협의 이틀째인 5일에는 지난 5년 동안 국정을 이끌었던 중도좌파 민주당,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FI, 마테오 살비니가 대표를 맡고 있는 극우정당 동맹, 루이지 디 마이오가 이끄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등 주요 정당 대표들과 얼굴을 맞댄다.
총리 지명 권한을 쥐고 있는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틀 간의 면담을 통해 새 정부 구성을 위한 권한을 누구에게 줄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탈리아는 지난 달 4일 총선을 실시했으나, 어떤 정치 세력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함에 따라 정부 출범이 지연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이탈리아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진 반(反)난민 정서와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 여론 편승,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이 약진했다.



오성운동은 상하원 모두에서 33%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창당 9년 만에 단일 정당 가운데 최대 정당으로 부상했고, 5년 전 득표율이 4%선에 불과했던 동맹은 이번 선거에서는 18%에 근접한 표를 얻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1)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 등 4개 정당이 손을 잡은 우파연합 가운데 최다 득표를 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총선에 단일 대오로 나선 우파연합 역시 4개 정당의 합산 득표가 37%에 그쳐 과반 의석 확보가 불발됨에 따라 정부 구성을 위해서는 서로 다른 정당 간 합종연횡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번 선거에서 19%의 득표율로 역대 최악의 참패를 당한 민주당이 연정 구성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으나, 민주당은 오성운동과 연대할 것이라는 정치권의 당초 예상과 달리 어느 정당과도 손잡지 않고, 야당으로 남을 것임을 일찌감치 선언했다. 민주당은 오성운동, 동맹과 같은 극단주의 정당과는 손을 잡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대 정당인 오성운동과 최대 정치 세력인 우파연합은 각각 자신들을 중심으로 정부가 꾸려지는 게 옳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런 까닭에 마타렐라 대통령이 이틀 간의 협의를 거친 후에도 누구를 총리로 지명할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대통령은 이 경우, 각 정당 간 정부 구성을 위한 교섭을 다시 하라고 권고한 뒤 정당들 간 입장차가 어느 정도 좁혀지면 그때 다시 2차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 구성이 성사될 때까지 교섭 과정은 짧으면 수 주, 길면 수 개월까지 소요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한편, 대통령과의 면담이 시작되기 전날인 3일 디 마이오 오성운동은 동맹, 민주당에는 협상의 문을 열어놓겠지만,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FI와는 연대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디 마이오 대표는 "FI와 연대할 경우 모든 개혁 시도가 가로막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부패를 일소하겠다는 목표를 기치로 내걸고 창당된 오성운동은 탈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미성년자 성매수 의혹 등으로 다수의 송사에 휘말린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부패와 구습의 대명사로 비판해 왔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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