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목사 50주기 미 전역 수십만 행렬…'나는 사람이다' 울림

입력 2018-04-05 02:50  

킹 목사 50주기 미 전역 수십만 행렬…'나는 사람이다' 울림
암살현장 멤피스서 39회 타종…워싱턴DC에서도 수만명 행진
'킹 목사의 날' 골프장 갔던 트럼프 "미국인들 증오에서 해방되길" 트윗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1968년 4월 4일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로레인 모텔 306호 발코니.
분리주의자(인종차별주의자) 제임스 얼 레이의 총탄에 맞은 마틴 루서 킹 목사는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한 시간 만에 과다출혈로 39세 짧은 생을 마감한다.
그해 3월 말부터 킹 목사는 멤피스에서 1천300여 명이 참여한 청소 노동자 파업을 지원하던 중이었다.
3월 28일 멤피스 시내 청소 근로자 노조 집회를 이끌고 4월 4일에는 또 다른 집회에서 연설하고 돌아온 뒤 숙소 발코니 앞에서 얘기를 나누던 중 흉탄이 그의 머리로 날아왔다.


당시 청소 노동자들의 삶은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고 한다.
기계화된 압축기가 막 도입되던 시점이었지만 여전히 거대한 쓰레기통을 일일이 들어 쓰레기차에 부어야 했다. 퇴근 무렵엔 온몸이 오물 투성이로 뒤덮였지만 변변한 샤워시설도 없었다.
청소 근로자들은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버스 탑승을 거부당하기 일쑤였다.
급기야 멤피스에서 쓰레기 압축기 사고로 청소 직원 2명이 사망하면서 노동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86세 청소 노동자로 60년간 근무한 멤피스 최고령 환경미화원 엘모어 니클베리는 미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킹 목사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파업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니클베리는 멤피스 아메리칸 페더레이션 1733번지 노동조합 본부 앞에서 펼쳐진 킹 목사 추모 행렬에 참여했다. 그의 앞에는 '우리는 기억합니다'라는 사인 보드가 펼쳐졌다.
또 다른 청소 근로자로 75세인 클레오퍼스 스미스는 "그날은 이 도시 전체가 슬픔에 빠졌다"고 기억했다.
고령의 청소 근로자들은 킹 목사에게 진 빚을 갚는 행진을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멤피스 시내에는 이날 수만 명의 시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행진했다.
그들의 손에는 50년 전 청소 근로자들이 목놓아 외쳤던 것과 똑같은 구호인 '나는 사람이다(I Am A Man)'가 들렸다.


멤피스 추모 집회에는 대권 주자로 꼽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제시 잭슨 목사, 앨 샤프턴 목사, 존 루이스 의원 등이 참여했다.
국립민권운동박물관으로 바뀐 로레인 모텔 건물에선 킹 목사가 암살당하기 전인 1967∼1968년 마지막 모습을 담은 사진 전시회가 열렸다.
멤피스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이 50주기 상징으로 50마일(약 80㎞) 행군을 했다.
킹 목사가 피격된 시간인 오후 6시 1분에는 39회 타종이 이뤄진다. 그의 39세 생애를 상징하는 타종 행사다. 멤피스 외에도 워싱턴DC 등에서도 시간대별로 타종이 이어진다.


워싱턴DC에서도 수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가 열렸다.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평생을 바친 킹 목사를 기리는 집회로, 참가자들은 이날 아침 목사 기념관이 있는 내셔널 몰에서 출발해 행진했다.
미 전역에서 이날 킹 목사 50주기 추모 행사에 참가하는 인원은 수십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경찰이 아이폰을 손에 쥔 비무장 상태의 흑인 청년을 무장 강도로 오인해 등에 총탄 8발을 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새크라멘토를 중심으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킹 목사 50주기에 맞춰 올린 트윗에서 "킹 목사에 대한 기억을 기리며 모든 미국인이 공포와 증오로부터 해방되길 바란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15일 마틴 루서 킹 데이에 별도 행사 없이 골프장으로 향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명연설을 남긴 흑인 인권 운동가이자 위대한 설교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틴 루서 킹 주니어(1929∼1968)는 1968년 멤피스에 흑인 청소 근로자 파업을 지원하러 갔다가 피격돼 3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oakchu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