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열리는 오거스타의 이면

입력 2018-04-05 10:58  

마스터스 열리는 오거스타의 이면
귀족 골프장 밖은 빈부 격차와 인종차별이 횡행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는 매년 첫 번째 메이저 골프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열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4월 초면 전 세계 골프팬들의 시선이 유려한 풍광과 깔끔하게 단장된 품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코스로 향한다.
골프팬이라면 평생에 한 번쯤은 방문하고 싶은 미국 최고의 명문 골프장 가운데 한 곳이다. 5일 열리는 올해 대회는 82회째이다.



영국의 일간 텔레그래프는 재기를 노리는 타이거 우즈를 비롯해 전 세계 톱 랭커들이 대거 출전하는 올 마스터스 개막을 앞두고 개최지인 오거스타의 이면을 소개했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마스터스 개최지로서 화려한 한편에 감춰진 미국 내 최대 빈부차와 인종차별이 성행하고 있는 어두운 면을 대비했다.
인구 59만의 조지아주 제3의 도시인 오거스타는 주민 가운데 흑인 비율이 50%를 넘는다. 그러나 도심 거주 빈곤층 주민은 대부분이 흑인이다.
2016년 기준 오거스타의 주민 가운데 최저 빈곤선 이하 극빈층은 35%로 미국 평균 21%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오거스타 도심은 공동화하고 있으며 골프클럽에서 멀지 않은 중심가 브로드스트리에는 사람들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시 중심부를 어슬렁거리던 노숙자들도 마스터스 대회 기간 강제로 소개돼 도심은 더욱 썰렁한 편이다.
텅 빈 가게 등 도심의 황폐화는 시 외곽 부유층 거주지의 깔끔한 잔디정원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흑백 간 빈부차가 확연하게 나타나는 곳이다.
오거스타시(市) 당국은 대회 기간 관광객들을 맞기 위해 집주인들에 의해 살던 곳에서 쫓겨난 주민들을 위해 임시 거처를 마련하고 있다.
오거스타는 미국의 전설적인 소울가수 제임스 브라운이 성장한 곳으로 유명하다. 브라운은 오거스타의 친척이 운영하는 사창가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면서 오거스타가 배출한 최고 인물로 성장했다. 빈곤과 영광을 상징하는 브라운은 현재 오거스타 중심부 거리에 시를 상징하는 동상으로 서있다.
조지아주는 미국 남부 전통을 대표하는 주답게 아직도 흑백 인종차별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있다.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 타계 50주년을 맞는 상황에서도 과거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을 상징하는 깃발이 오히려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마스터스 대회장인 내셔녈 골프클럽도 오거스타의 역사와 전통을 같이하고 있다. 내셔널 골프클럽은 1990년까지 흑인 회원을 받지 않았다. 모든 회원은 백인이었고 반대로 캐디는 모두 흑인이어야 했다. 흑인 캐디룰은 1983년에서야 깨졌다.
클럽 공동설립자인 클리퍼드 로버츠는 "내가 살아있는 한 모든 골퍼는 백인이고 캐디는 흑인일 것이다"고 외쳤다. 그는 클럽의 파3 코스에서 자살했다.
마스터스는 프레드 리들리 회장 취임 후 보다 진보적으로 변화했으나 인종적 긴장감은 오거스타 전역에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 1970년 인종폭동 때에는 주민 진정을 위해 흑인인 가수 브라운을 급거 불러오기도 했다.
오거스타 주민 대부분은 내셔널 골프클럽과는 관련이 없다. 주민들 대부분은 평생 한 번도 내셔널 골프코스에 서 본 적이 없다. 마스터스 기간 임시 일자리를 얻는 일부 젊은층 주민들이 유일하게 골프장에 들어가고 있다.
주민들에게는 '골프는 부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관념이 일상화하고 있다.
주민들은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지역의 인종차별 분위기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거스타 지역에는 근래 사이버보안 산업이 들어서면서 주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줬으나 대부분 외지인이 일자리를 차지하면서 지역민들의 고립감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배타적인 골프코스와 연계시켜 가름할 필요는 없으나 마스터스 골프코스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분명 생계를 걱정하는 지역 주민들이 생활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오거스타 중심 브로드 스트리트는 더스틴 존슨의 스윙 25회면 닿을 수 있는 곳이다.
다음 주면 떠들썩한 마스터스는 막을 내리지만 오거스타 주민들은 엄혹한 현실과 다시 마주해야한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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