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한국학교, 3년째 300명씩 증가
대기자 수두룩…호찌민, 재외 한국학교 중 학생 수 최다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최근 베트남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이 증가하면서 베트남 내 한국학교 학생 수가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수도 하노이에 있는 한국학교에는 3년째 학생 수가 300명씩 늘고 있어 교실이 콩나물시루를 방불케 할 정도로 학생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실정이다.
올해는 일부 학년의 경우 입학 희망자가 정원을 초과해 대기자가 수두룩하다.
경제 중심지 호찌민에 있는 한국학교에서도 학생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해 15개국에 있는 32개 재외 한국학교 가운데 가장 많은 1천86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노이 한국학교의 경우 2015년 840명이던 학생 수가 2016년 1천95명, 지난해 1천432명으로 각각 늘었고 올해는 1천750명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올해 3월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에 입학하지 못하고 5월에라도 들어가고 싶다고 대기하는 학생이 16명이나 된다.
시험과 면접을 거치는 중등학교에서도 입학하지 못한 학생이 상당수 있었다고 학교 관계자는 5일 설명했다. 내년에는 대다수 학년에 입학 대기자가 있을 것으로 학교 측은 예상하고 있다.
교실은 초과밀 상태다. 학급당 평균 학생 수가 33.6명을 기록한 가운데 중학교 3학년의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38명이나 됐다.
교실 크기가 한국보다 10%가량 작은 것을 고려하면 '콩나물시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호찌민 한국학교는 이미 3년 전에 포화상태에 도달했다.
학급당 정원을 초등학교 37명, 중학교 33명, 고등학교 32명으로 늘려놨는데도 당장 초등학교 4개 학년과 중등학교 1개 학년은 학생을 더 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
이 학교들은 행정실과 교장실을 각각 절반 크기로 줄여 만든 공간을 교실로 내놨지만, 급증하는 학생 수를 감당하지 못하자 학교 부지에 건물을 추가로 건립하기로 했다.
호찌민 한국학교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에, 하노이 한국학교는 올해 11월께 착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호찌민 한국학교는 7개 학급, 하노이 한국학교는 유치원을 포함해 10개 학급을 늘리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학교별로 2천200∼2천300명가량의 학생을 받아들일 수 있어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학교 측은 내다봤다.
그러나 별도 캠퍼스 조성 등 추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2021년부터 다시 입학 희망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학교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김원균 호찌민 한국학교 교장은 "급한 대로 건물을 추가 건립하기로 했지만 5년 안에 호찌민 한국학교에 다니고 싶어하는 학생이 3천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정부와 교민사회가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상당히 심각한 상황에 부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진 하노이 한국학교 교장도 "현재 학교 부지에 건물을 더 올릴 수는 없다"면서 "2021년 이후 상황에 대비해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개 도시, 1개 학교'라는 교육부 방침에 예외를 둬 별도 부지에 건물을 신축, 초등학교와 중등학교를 분리하거나 분교형태로 운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물 신축 비용의 절반을 학교 측이 기부금 등으로 마련해야 나머지 절반을 정부가 매칭해서 지원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지난달 말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교민들로부터 이런 고충을 듣고 관계 당국에 "매칭에 얽매이지 말고 추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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