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확보 못 해 11월 도입 무산…헬기 없이 반쪽 운영에 그쳐
소방 "119신고 받자마자 진화헬기 띄우면 큰 피해 막을 수 있어"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대형산불이 잦은 강원 영동지역에 환동해 특수재난대응단이 출범했으나 정작 산불진화에서 가장 중요한 진화헬기를 갖추지 못 해 도입이 시급하다.
도로시설이 없는 산림은 진화헬기가 산불진화 주력수단이지만 예산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도입 여부마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원도 소방본부는 올해 1월 30일 환동해 특수재난대응단을 출범시켰다.
신록이 우거졌던 지난해 5월 여의도 면적(290㏊) 3.5배에 달하는 산림을 잿더미로 만든 강릉·삼척 산불을 겪은 후 전국 최초로 특수재난 대응을 위해 만든 조직이다.
환동해 특수재난대응단은 봄철 건조기를 맞아 지난달 26일부터 산불 소방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산불진화의 핵심인 진화헬기가 없어 '반쪽 운영'에 그치고 있다.
초기진화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는 산불 전용 대형헬기 1대를 구매해 11월 배치할 계획이었으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서다.
강원소방은 진화헬기 도입에 필요한 예산 250억원 중 50%를 국비로 확보할 계획이었다.
산불 초기 산림청 진화헬기에 의존하는 현행 시스템에서 소방 대형헬기를 신속투입해 초동대처를 강화하려 했으나 기획재정부에서는 산림 당국이 아닌 소방에서 산불진화용 헬기를 사들이는 것에 난색을 보였다.
이에 강원소방은 2019년 도입으로 계획을 미뤘으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진화헬기도입은 2020년에나 가능하고, 이마저도 확신할 수 없다.
소방안전교부세는 노후소방차량 등 장비 개선에 집중하여 쓰이다 보니 헬기 도입에 투자할 여유가 없다.
현재 산불진화 핵심전술은 주불은 진화헬기를 활용한 공중진화와 화세(火勢)가 약한 잔불은 진화차나 기계화시스템을 활용한 지상 진화다.
도로가 없는 산림에서 대형산불이 나면 진화헬기 없이 끄기는 불가능하다.
강원소방은 산불 발생 시 119로 가장 먼저 신고가 들어오는 만큼 진화헬기가 있다면 단 1분이라도 빨리 끌 수 있어 피해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가지고 있는 소방헬기 2대는 구조용 헬기로 물을 1천ℓ∼1천500ℓ밖에 담을 수 없어 3천ℓ가량 담을 수 있는 산불 전용 대형헬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달 28일 고성 산불 때도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헬기가 조기에 집중적으로 투입되지 못했다'는 얘기가 나와 김재현 산림청장이 "영서 지역 안개 탓에 원주(산림항공본부)에서 헬기가 제때 이륙하지 못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강원소방 관계자는 "산불을 주관해서 끄겠다는 게 아니다. 동해안 산불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크게 번지는 경우가 많다. 진화헬기가 1대라도 있으면 신고가 들어왔을 때 현장확인이 되지 않았더라도 공중·지상 진화를 동시에 나설 수 있어 효율적이다"고 말했다.
산불 위험이 적은 시기에는 구조 업무도 수행할 수 있어 타 시·도보다 헬기 출동률이 높은 강원지역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도입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봄철 산불 소방대책본부 운영 기간에는 입체적 대응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헬기 도입을 위한 국비확보와 함께 산불 예방홍보와 예찰 활동강화 등으로 대형산불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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